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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재패 기념 중·고등 유도연맹전] 유도만 시켜주면 공부 잘 하겠다는 아이

입력 | 2013-09-10 07:00:00

보성중 김유철(위)이 9일 김천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최민호·김재범 올림픽 제패 기념 제41회 추계 전국 남녀 중·고등학교 유도연맹전’ 남중부 90kg이하급 준결승에서 최정환(덕원중)에게 공격을 시도하고 있다. 최정환을 꺾고 결승에 오른 김유철은 마지막 순간 좌절을 맛봤지만 언젠가 부모님의 그늘을 넘어 유도인으로 홀로 우뚝 설 날을 다짐하고 있다. 김천|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트위터 @bluemarine007


■ 김병주-김미정 금메달 유도 부부의 아들 김유철 ‘역시 피는 못 속여’

“반에서 10등 안에 들겠다” 부모님 졸라
“내가 못하면 부모님 명성에 부담” 각오
남자 중등부 결승서 아쉽게 2관왕 놓쳐


전국의 유도 유망주들이 대거 출전한 ‘최민호·김재범 올림픽 제패 기념 제41회 추계 전국 남녀 중·고등학교 유도연맹전’(스포츠동아·동아일보사 주최)은 8일부터 경북 김천 실내체육관에서 중등부 개인전에 돌입했다. 중학생 경기의 특성상, 이변이 속출했다. 남자 90kg이하급의 경기 결과가 그랬다. 자타공인 우승 후보로 꼽혔던 보성중 김유철이 결승에서 동명중 정연호에게 한판패를 당한 것이다. 주특기 업어치기로 끝내려다 되치기를 당했다. 얼핏 한판이 맞는지 애매해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정작 보성중 권성세 감독은 담담했다. “한판으로 진 것이 맞다. 항상 이기던 상대를 또 만났다고 방심했기에 진 것”이라고 말했다. 2등의 아쉬움이 어떤 것인지, 김유철이 깨닫기를 바라는 마음이 커 보였다.

● 유도가 하고 싶었던 아이

시상식 직후 만난 김유철의 표정도 밝지 못했다. 변명하지 않고 “내가 못해서 졌다”라는 말로 패배를 받아들였다. 그러나 준결승까지 전부 한판승을 거둔 만큼 아쉬움은 꽤 커 보였다. 춘계대회 우승 이후 2관왕의 꿈도 날아갔다. 무엇보다 아버지와 어머니에게 인정받을 수 있는 기회를 놓쳐 더 아쉬운 듯했다.

김유철의 아버지는 1990년 베이징아시안게임 유도 금메달을 딴 김병주 공군사관학교 교수고, 어머니는 1992년 바르셀로나올림픽 유도 금메달에 빛나는 김미정 용인대 교수다. 유도 집안에서 자란 김유철은 어릴 적부터 유도에 대한 동경이 컸다. 그러나 부모님의 반대가 심했다. 김유철은 그 반대를 스스로 꺾고 유도에 입문했다.

권성세 감독은 “처음 본 순간부터 유도를 할 몸이라고 알아봤다. 김 교수 내외를 1년간 쫓아다니며 (아들이 유도를 할 수 있게 허락해달라고) 졸랐다”며 웃었다. 공부도 잘 했던 김유철은 “유도를 시켜주면 공부도 반에서 10등 안에 들겠다”고 약속했다. 그리고 아들이 이 조건을 이행하자, 부모도 더 이상은 아들의 의지를 막지 못했다. 권 감독은 “역시 피는 못 속이는 것 같다. 기술 습득이 정말 빠르다”고 칭찬했다.

9일 경북 김천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최민호-김재범 올림픽 제패기념 2013 전국 중-고등학교 유도대회 겸 제 41회 추계 전국 남, 여중-고등학교 유도연맹전에서 남자중등부 90kg이하급 준우승을 차지한 김유철(보성중)이 카메라를 향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천|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트위터 @bluemarine007


● 김병주-김미정의 아들을 넘어

김유철은 보성중 2학년부터 유도를 시작했다. 꽤 늦게 입문한 편이다. 그러나 1년 만에 전국대회에서 우승을 노릴 정도로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다. 권성세 감독은 “체력 등 아직 보완할 점이 많다. 그러나 유도선수는 고3 때부터 승부라는 것을 고려하면 성장속도가 빠르다”며 미래를 낙관했다. 김유철은 보성고 진학이 확정된 상태다.

김유철은 “내가 못하면 아버지, 어머니의 명성에 부담을 줄 수 있다는 것을 잘 안다. 그래서 더 잘해야 한다”고 입을 앙다물었다. 아버지와 어머니가 세계적인 유도 고수지만, 정작 집에서 김유철에게 유도를 가르쳐주진 않는다. 김유철은 “아직 내가 배울 만한 수준이 안 된다고 보시기 때문일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낙담하지 않는다. “언젠가 내가 두 분의 아들이 아니라 아버지, 어머니가 김유철의 부모님으로 불릴 날이 오도록 열심히 하겠다”고 다짐했다.

김천|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트위터 @matsri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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