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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스볼프리즘] 위험은 타자의 숙명…배영섭, 격려가 필요한 이유

입력 | 2013-09-10 07:00:00


#무서움. 메이저리그 명예의 전당에 오른 야구기자 레너드 코페트는 유명한 저서 ‘야구란 무엇인가(The Thinking Fan’s Guide to Baseball)’를 바로 이 단어로 시작한다. 제1부 ‘야구의 현장’, 그 중에서도 첫 장으로 ‘타격’을 다루면서 가장 먼저 꺼낸 화두다. 이유는 간단하다. 투수의 볼이 몸을 향해 날아오면 누구나 무의식적으로 피하기 마련이다. ‘맞으면 아프다, 다칠 수 있다, 피해야 한다.’ 이게 일반적인 의식의 흐름이다. 그러나 타자들은 다르다. 인간의 본능과 늘 맞서야 한다. 날아오는 공을 피하는 대신, 눈을 똑바로 뜨고 정면으로 바라봐야 한다. 그래서 코페트도 “인간의 마음에 내재돼있는 무서움이야말로 야구를 설명하는 첫 번째 화두가 돼야 한다”고 쓴 것이다.

#삼성 배영섭이 쓰러졌다. LG 투수 레다메스 리즈의 공에 헬멧을 쓴 머리 부분을 정통으로 맞았다. 시속 151km에 달하는 직구였다. 배영섭은 일어나지 못했다. 구급차가 그라운드로 들어왔다. 8일 잠실구장에서 벌어진 일이다. 비슷한 시간, 광주구장에선 한화 송광민이 쓰러졌다. KIA 최향남의 공에 헬멧 위쪽 이마 부분을 맞았다. 송광민 역시 넘어진 채로 한참을 괴로워했다. 집에서 TV를 보던 이들의 가족은 아마도 눈물부터 쏟았을 것이다.

#롯데 조성환이 떠올랐다. 2009년, 그는 SK와의 경기 도중 상대 투수의 공에 얼굴을 맞았다. 몸쪽 공을 치려고 들어가던 참이라 피할 겨를도 없었다. 광대뼈가 함몰됐다. 눈썹 위와 입 안, 눈 아래 점막을 찢어 수술을 했다. 당시 다섯 살이던 큰 아들 영준은 얼굴에 붕대를 감은 아빠를 보자마자 펑펑 울었다. 병상 인터뷰를 위해 찾아갔던 날, 안쓰러운 마음을 감추지 못하던 아내의 표정이 아직도 생생하다. 조성환은 2개월 뒤 복귀했다. “야구하면서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괜찮다. 다 이겨냈다”고 했다. 그러나 2년이 지난 뒤 고백했다. “아직도 타석에 설 때마다 두렵다. 가끔 타석에서 눈앞이 흐려질 때도 있다”고. 타자가 공에 머리를 맞는다는 건, 그 정도로 이겨내기 힘든 사건이다.

#투수들에게도 누군가의 머리를 맞히는 실수는 상처로 남는다. 투수 출신의 한 코치는 “머리는 그야말로 사람의 생사가 오가는 곳이다. 마운드에 서 본 사람으로서, 일부러 타자의 ‘머리 쪽’이 아닌 ‘머리’를 겨냥해 공을 던지는 일은 있을 수 없다. 실수로라도 그런 일이 생기면 투수도 심리적으로 많이 힘들다”고 했다. 직접 맞은 타자의 고통과 위험을 ‘동료’로서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이다. 앞으로 배영섭은 아마도 지금까지보다 더 큰 두려움과 싸워야 할 것이다. 몸의 고통보다 마음의 고통이 더 클 지도 모른다. 그래서 지금 우리는 한 마음으로 배영섭에게 격려의 박수를 보낸다. 조성환이 그랬듯, 다시 타석에서 상대 투수의 몸쪽 직구와 당당히 맞서길 바라면서. 무사히 두려움을 이겨내고 변함없이 힘찬 모습으로 팬들의 곁을 지키기를 바라면서.

배영은 기자 yeb@donga.com 트위터 @goodgo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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