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횡설수설/송평인]‘천안함 프로젝트’의 좌절

입력 | 2013-09-10 03:00:00


정지영 감독의 다큐멘터리 영화 ‘천안함 프로젝트’는 천안함 사건의 민군합동조사위원회 결론에 의문을 제기한 영화다. 백낙청 씨의 창비가 낸 책 ‘천안함을 묻는다’의 영화판이라고나 할까. 개봉 첫날인 5일과 이튿날인 6일 164회 상영에 2550명이 봤다. 한 회 15.5명꼴. 메가박스가 7일부터 자신의 영화관에서 상영을 중단하면서 관객은 다시 그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

▷메가박스는 이틀 만의 상영 중단 이유를 기대 이하의 관객수가 아니라 ‘일부 단체의 항의와 시위 예고로 관객의 안전을 보호할 수 없어서’라고 밝혔다. 영화 상영 지지 측과 반대 측은 모두 메가박스가 밝힌 이유가 못마땅하다는 눈치다. 지지 측은 영화관이 위협을 느꼈다면 일단 경찰에 신고부터 하는 것이 순서인데 경찰에 보호 요청도 하지 않고 돌연 상영을 중단한 것은 납득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메가박스가 ‘높은 곳’에서 모종의 압력을 받았다는 의혹까지 제기하고 있다. 반대 측은 영화관이 수지타산을 맞출 수 없어 상영을 중단하고도 외부 압력을 핑계 삼는 바람에 불필요한 논란을 빚고 있다고 주장한다.

▷‘천안함 프로젝트’ 상영에 앞서 천안함 사고 유족은 상영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법원은 표현의 자유를 이유로 기각했다. 논란의 여지가 없는 결정이다. 그렇다고 법원의 결정이 이 영화의 상영이 우리 사회에 유해하다고 보는 사람들의 시위나 항의까지 금지한 것은 아니다. 다만 시위와 항의를 넘어서는 위협을 했다면 협박이 된다. 그런 위협이 있었다면 메가박스는 공개하는 것이 옳다.

▷메가박스 CJ 롯데시네마를 국내 3대 영화배급사라고 부른다. ‘천안함 프로젝트’는 영화 상영 전부터 사회적 논란으로 화제가 된 작품인데도 CJ와 롯데시네마는 상영을 하지 않기로 했다. 수익성이 없다고 봤기 때문이다. 메가박스만 수익성 판단을 잘못했을 가능성이 크다. 메가박스 같은 상업적인 영화배급사가 한 회 20명도 안 드는 영화를, 예상치 못한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시위까지 감수하며 상영하리라는 기대는 애당초 무리 아닌가.

송평인 논설위원 pi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