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각가 최인수 전
최인수의 ‘들고, 나고’는 흙덩이를 대지 위에 굴린 흔적이 담겨 있다. 갤러리 시몬 제공
흙덩이를 대지 위에 굴려 기둥 형태로 만든 뒤 이를 하얀 석고로 떠낸 작품 ‘들고, 나고’가 바닥에 놓여 있다. 흙이 굴러다닌 공간과 시간을 기억하는 작품이 최소한의 개입으로 탄생한 것이다. 붓자국 없는 드로잉 ‘씨앗은 자란다 느리고 빠르게’도 인위적 개입은 절제돼 있다. 그는 종이와 물감이 만나 서로에게 길을 내주는 과정을 도왔을 뿐이다.
조각가 최인수 서울대 명예교수는 흙과 철판이 작가의 몸과 대화하는 과정을 조형적 결과물로 드러낸다. 그의 개인전이 서울 통의동 갤러리 시몬에서 10월 11일까지 열린다. 철판이 각기 다른 각도와 기울기로 상대에게 기대어 평화로운 상태를 유지하는 신작 ‘장소가 되다’, 흙을 야구공 크기로 뭉쳐 놓은 작품도 선보였다.
고미석 기자 mskoh11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