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동마을’로 알려진 요절작가 최욱경 전
한국의 색채추상을 대표하는 화가 최욱경의 ‘sleep’(1969년). 뜨거운 예술혼을 불태우고 45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난 그는 대담한 선과 색채의 조화로 분출하는 생명력과 에너지, 환희를 표현했다. 가나아트 제공
45년의 생애를 뜨겁게 소진한 한국 색채추상의 대표작가 최욱경(1940∼1985)의 예술을 톺아보는 회고전이 열리고 있다.
서울 평창동 가나아트센터가 기획한 최욱경전은 유족들이 소장한 미공개 회화와 드로잉을 중심으로 자화상, 콜라주, 흑백 풍경 등 150여 점을 선보인 밀도 높은 전시다. 》
그의 이름은 2007년 국세청의 그림로비 사건에 등장한 ‘학동마을’로 세간의 화제에 올랐다. 미술계에선 표현의 영역을 깊고 넓게 확장하려 했던 그의 여정을 기억하며 ‘작가들이 좋아하는 작가’로 꼽는다.
이장은 큐레이터는 “개막 전부터 관람 문의가 이어지는 것을 보면서 그를 그리워하는 사람이 많다는 것을 새삼 느꼈다”며 “그의 작품을 오키프와 관련지어 유기적 추상으로 해석하는 관점에서 벗어나 한국의 풍경, 오방색과 관련된 측면에서 새롭게 해석할 여지를 보여주는 전시”라고 말했다. 25일까지. 3000원. 02-720-1020
○ 섬세하고 대담하게
아파트 겸 작업실에서의 최욱경. ⓒ류기성
전시장에선 자화상들이 먼저 관객을 맞이한다. 깊은 사색에 빠진 듯한 그의 얼굴은 모든 고독하고 외로운 예술가의 초상처럼 다가온다. 시대상을 담은 콜라주, 구상과 추상을 넘나든 드로잉, 흑백 풍경은 팝아트 추상표현주의 구조주의 등 여러 사조와 재료를 섭렵하고 실험한 과정도 볼 수 있다.
2층에 걸린 색채추상 작업은 분출하는 생명력과 에너지를 뿜어낸다. 활화산처럼 폭발한 원색의 대비와 거친 붓질은 시간이 흐르면서 밝고 부드러운 파스텔톤의 추상으로 달라진다. 동과 서, 빛과 어둠 등 대립적 세계를 융합한 캔버스에서 열정과 외로움, 섬세함과 대담함이 어우러지며 긴 여운을 남긴다.
○ 고독하고 치열하게
화가 최욱경의 인체 드로잉. 색채추상화가로서 자기복제를 택하기보다 끝없이 새로운 실험에 도전했던 흔적이다.
고미석 문화전문기자·논설위원 mskoh11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