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은 10일 "최근 불거진 이석기 의원 등의 소위 '내란음모 사건'이 모든 이슈를 삼키는 정치적 블랙홀이 된 것은 근본적으로 우리 국민이 지닌 '난민촌 정서'의 폭발력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유 전 장관은 이날 자신의 홈페이지에 쓴 2007년 남북 정상회담 관련 연재물인 '대화록의 진실' 마지막 편(2007 남북정상회담의 막전막후)에서 이같이 밝혔다.
유 전 장관은 남북관계의 앞길을 가로막고 있는 장애물 중 가장 심각한 걸림돌로 '난민촌 정서'를 꼽았다. 그는 "이 정서는 북에 대한 두려움, 증오심, 혐오감, 복수심과 같은 것으로 이루어져 있다"며 "전쟁을 막고 민족의 화해와 한반도의 평화를 생각한다면 극복해 나가야 할 감정"이라고 강조했다.
"대한민국은 6·25전쟁을 거친 다음 일종의 '난민촌'이 되었다. 이 '난민촌'의 구성원은 원래 38선 이남에 거주하던 사람들만이 아니었다. 북 정권의 탄압을 피해서, 공산당의 독재가 싫어서, 미군의 폭격이 무서워서, 또는 다른 이유로 휴전선 이남으로 넘어온 사람들도 대한민국 국민이 되었다. 어떻게든 먹고 살면서 북의 침략 위협에서 공동체를 지키는 것이 '난민촌 대한민국'의 목표였다. 물론 오늘의 대한민국은 '난민촌'이 아니다. 그러나 그때 만들어진 '난민촌 정서'는 여전히 살아 있다."
유 전 장관은 "박정희 전 대통령은 북의 암살위협(김신조 일당의 '1·21사태') 4년 뒤인 1972년 평양에 밀사를 보내 '7·4 남북공동성명'을 발표해 '자주, 평화, 민족 대단결'의 원칙에 합의함으로써 민족의 화해와 평화적 통일로 나아가는 첫걸음을 디뎠다"며 박근혜 대통령은 훨씬 좋은 환경에서 일할 수 있으니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힘써 달라며 다음과 같은 건의를 했다.
그는 "박근혜 대통령님, 조용한 저녁 시간에 대화록 전문을 차분히 읽어 보십시오. 참모들이 만든 발췌본은 멀리하십시오. 대화록에서 전임자들의 고뇌와 꿈을 읽어 내십시오. 그렇게 하면 대한민국 제18대 대통령으로서 그대가 걸어가야 할 길이 보일 것입니다"며 글을 맺었다.
박해식 동아닷컴 기자 pistol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