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연희 박사 ‘이재관 미인도’ 분석외모는 기본… 예능-무예도 갖춰
조선 후기 화가 소당 이재관의 작품 ‘여협’의 일부.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고연희 성균관대 동아시아학술원 강사(한국미술사·한문학 박사)는 최근 연구모임 ‘문헌과 해석’의 주례발표회에서 ‘이재관이 그린 미인들: 19세기 미인의 조건’이란 논문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소당 이재관(1783∼1837)의 미인도 4점에 등장하는 여인들은 중국의 역사나 소설 속 인물로, 미모를 겸비한 재원(才媛)이다. ‘미인사서’의 여인은 여류시인이자 시 쓰는 종이를 잘 만들었던 당나라 미인 설도다. ‘선인취생’에서 생황을 부는 여인은 신선이 됐다는 농옥이다. ‘선인’에서 말 달리는 여성은 당나라 기생 홍불이다. ‘여협’에서 칼춤을 추는 여인은 당대의 무협소설 ‘홍선전’의 주인공이다.
시서화 삼절로 꼽혔던 신위(1769∼1845)가 아들인 신명연(1808∼?)의 유실된 미인도 ‘십이명원도’에 붙였다는 한시에서도 이런 특징이 발견된다. 이 시에는 서시 조비연 양귀비처럼 중국을 대표하는 미녀는 빠지고 나라를 구하려 흉노족에게 시집간 왕소군과 가을부채에 대한 시를 남긴 반첩여처럼 학덕과 재주를 겸비한 여인만 등장한다.
신성미 기자 savori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