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시민단체 상법개정안 공청회 격론
“국내 기업들을 위협하는 최대 위험 요소는 지배구조 또는 최고경영자(CEO) 리스크다.”(김상조 한성대 무역학과 교수·경제개혁연대 소장)
법무부 주최로 10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한국거래소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기업지배구조 상법 개정 제2차 공청회’에서 상법 개정안을 옹호하는 측과 반대하는 측이 격론을 벌였다.
개정안에 반대하는 토론자들은 감사위원이 되는 이사를 선임할 때 대주주의 의결권을 제한하고 집중투표제를 도입하면 경영권에 심각한 위협을 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본보가 대주주 의결권 제한 조항을 10대 그룹에 적용해 본 결과 현대자동차, SK, LG, GS, 두산그룹 등은 핵심 계열사의 경영권 유지가 곤란한 상황에 처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본보 8월 1일자 1면 5개 그룹 계열사 경영권 타격
▶본보 8월 1일자 3면 지분구조 단순한 그룹이 경영권 더 취약
배 본부장은 “이사 선임 때 대주주 의결권을 제한하는 것은 국회에서 장관 등의 임명동의안을 처리할 때 소수 정당에 더 많은 투표권을 주는 것과 같다”며 “대주주의 경영권을 제약하는, 전 세계에 유례가 없는 법안”이라고 비판했다. 고창현 변호사(김앤장 법률사무소)도 “의결권 제한은 기존 주주들의 재산권을 침해해 위헌 소지가 있고 지주회사 체제에 편입된 대규모 상장회사는 경영권이 위협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찬성 측 토론자들은 “대주주 의결권 제한은 대주주의 전횡을 막을 수 있는 최소한의 장치”라고 맞섰다. 김상조 교수는 “소액주주의 이익을 대변하는 인사가 이사회에 참여할 수 있게 해 투명성을 높이고 회사에 손해를 끼친 의사 결정자에게 책임을 묻는 수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우찬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경제개혁연구소장)도 “감사위원을 분리 선출해도 외국계 헤지펀드의 적대적 인수합병(M&A)이나 이사회 장악은 쉽게 일어나지 않는다”고 했다.
서봉규 법무부 상사법무과장은 “공청회에서 나온 내용과 각계의 의견을 모아 상법개정위원회에서 논의한 뒤 조만간 수정안을 내놓겠다”고 말했다.
박창규 기자 ky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