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호찌민市 서기장-시장 만나 한국기업 ‘손톱밑 가시 뽑기’

입력 | 2013-09-11 03:00:00

■ 朴대통령, ‘세일즈 외교’ 마지막 날




호찌민 한국업체 찾아 현지 근로자 격려 베트남을 방문 중인 박근혜 대통령이 10일 베트남 최대 경제도시인 호찌민에 있는 의류업체 한세베트남을 찾아 김동녕 한세베트남 회장(박 대통령의 오른쪽)과 함께 현지 공장 직원들을 격려하고 있다. 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

박근혜 대통령이 10일 베트남 최대 경제도시인 호찌민을 방문하는 것으로 7박 8일간의 ‘세일즈 외교’ 해외 순방의 마침표를 찍었다.

박 대통령은 호찌민을 방문해 베트남에 진출한 1800여 한국 기업의 ‘손톱 밑 가시’를 뽑아 주는 데 주력했다. 이날 호찌민의 레탄하이 당서기, 레황꿘 시장과 면담 자리에서 “베트남에 진출한 한국 기업이 경공업 중심에서 첨단, 가전, 중화학 등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변모)하고 있어 고무적이지만 기업인들이 더 많은 투자를 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것 같다”며 현지 기업들의 4대 애로사항 해소를 요청했다.

박 대통령은 “한국의 마이스터 고등학교의 우수한 인력을 채용해 기술을 전수할 기회가 있는데 허용이 안 된다”며 규제 완화를 요청했다. 이어 △베트남 투자 기업이 추가 투자할 때 세제혜택을 포함한 인센티브를 부여할 수 있도록 규정 개정 △투자 파트너를 물색할 때 기업 건전성을 검증할 수 있도록 독립 회계 감사 시스템 도입 △건설과 관련한 복잡한 법규 정비 등을 요청했다. 이에 레탄하이 당서기는 “시 재량권을 벗어날 경우 중앙정부에 해결 방안을 적극 건의하는 등 기업들의 4대 애로사항에 각별한 관심을 가지겠다”고 약속했다.

애초부터 박 대통령은 경제중심지인 호찌민 방문에 강한 의지를 보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 정상이 호찌민을 방문한 건 2004년 이후 9년 만이다. 호찌민을 중심으로 한 베트남 남부지역에는 2013년도 1분기(1∼3월) 한국의 대(對)베트남 투자 중 65%가 집중돼 있다. 박 대통령은 해외 순방 때마다 빼놓지 않는 동포간담회도 하노이가 아니라 호찌민에서 했다. 호찌민에 거주하는 교민 수(8만5000여 명)는 동남아 단일 거주지역으로는 최대 규모다.

박 대통령은 이날도 상대국과 윈윈(win-win)하는 세일즈 외교를 강조했다. 특히 교역 규모를 확대할 경우 이미 100억 달러 이상의 대한(對韓) 적자폭이 더 커질 것이라는 베트남의 우려를 불식시키는 데 비중을 뒀다.

박 대통령이 이날 한세베트남을 방문한 것도 베트남 측에 무역 역조를 시정할 수 있다고 설득할 만한 모범적인 사례라고 봤기 때문이다. 한세베트남은 우리나라로부터 연간 2억5000만 달러 규모의 설비와 원부자재를 수입해 제3국에 4억9000만 달러 규모의 의류를 수출하고 있다. 베트남 현지 법인이기 때문에 베트남에 2억4000만 달러의 무역수지 흑자를 안겨다주고 있는 셈이다. 박 대통령은 이처럼 한국 기업이 베트남에 투자해 제품을 생산한 후 제3국 시장에 수출하는 형태를 권장할 계획이다. 우리나라는 베트남에, 베트남은 제3국에 수출해 서로 윈윈할 수 있는 형태다.

박 대통령은 “베트남이 교역의 밸런스가 깨졌다는 말을 많이 하는데 한세베트남의 사례를 (베트남 지도부에) 설명드렸다”며 “‘무역 사절단을 파견해서 베트남 상품을 구입하겠다’고 했는데 한세베트남 사례가 늘어나면 그런 이야기를 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동포간담회에서 “호찌민에 있는 우리 기업들이 베트남 근로자 50만 명을 고용하고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박 대통령은 한세베트남에서 가진 현지 기업인들과의 간담회에서 “대기업이 맏형으로 중소기업의 현지화를 잘 이끌면 경험이 적은 중소기업의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다”며 “정부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동반 진출을 활성화할 수 있도록 지원책을 강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호찌민 방문을 끝으로 공식 해외 순방 일정을 마친 박 대통령은 11일 귀국한다. ‘세일즈 외교’의 첫 출발점이었던 베트남 국빈 방문에서 박 대통령은 화력발전소 건설과 석유비축 사업을 사실상 수주하고 2021년까지 나라를 이끌 베트남 지도부와 강한 유대관계를 형성하는 성과를 거뒀다.

그러나 내년까지 체결을 마무리하기로 한 한-베트남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에서 한국의 수출 주요 품목 관세를 내리되 농수산품 피해를 최소화해야 하고 원전 수주를 잘 마무리해야 하는 숙제도 안게 됐다. 박 대통령은 올 하반기 아세안 국가와의 ‘세일즈 외교’를 가속화할 계획이다.

하노이=동정민 기자 ditto@donga.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