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균 교육복지부 기자
서울대 법대 재학 중에 사법시험에 합격해 불과 48세에 대법관이 된 김영란 전 국민권익위원장. 여성 최초 대법관인 그는 고교 시절 백일장에서 상을 탄 적도 있다니 전형적인 문과생 같다.
사실은 아니다. 1970년대 김도연 학생은 경기고 문과를, 김영란 학생은 경기여고 이과를 졸업했다. 그로부터 약 40년이 흐른 지금, 교육부가 대입 간소화 방안을 발표한 이후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문이과를 통합하는 문제가 쟁점이 되고 있다.
앞서 언급한 김도연 김영란, 두 명사도 고1 때 양자택일을 했던 것은 지금과 다를 바 없다. 차이점이라면 당시 학생은 고교 3년을 마친 뒤 다른 계열의 대학에 진학할 수 있었던 반면 요즘 학생은 거의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물론 1970년대에도 고난도 본고사가 있어서 문과생이 이공대에 진학하려면 이과 수학을 공부해야 했다. 이 부분만 극복하면 예비고사나 내신 같은 걸림돌은 없었다. 지금은 수시모집에서는 수능 최저학력기준과 학생부 지정 과목이, 정시모집에서는 수능 응시영역이 문과생의 이공대 진학을 철저히 가로막는다. 이과생의 인문대 진학도 여의치는 않다.
두 명사의 사례는 대학 입시의 문이과 장벽이 융합형 인재의 싹을 자를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사례다. 수학과 물리를 좋아했던 김영란 전 위원장과 운동과 문학을 좋아했던 김도연 전 장관이 각자의 분야에서 정상에 오른 데에는 문이과를 아우르는 통섭적 사고력이 한몫했을 것이다.
‘최악의 입시 제도라도 안 바꾸는 게 최선’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대입 제도 개편은 부작용이 만만치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교육이 늘어난다는 이유만으로 문이과 장벽을 고집하는 건 시대착오적이다.
김희균 교육복지부 기자 foryo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