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 총수들이 휠체어를 타고 법정에 출두하는 모습은 TV 코미디 프로그램의 단골 소재가 됐다. 흔히 ‘오너’가 있는 기업, 즉 창업자나 그 가족이 직접 경영에 참여하는 기업이 그렇지 않은 기업보다 각종 비리에 취약할 것이라 생각한다. 실제로 기업을 사유물로 여기는 창업자나 후계자들도 있다. 이런 기업들은 내부에서 ‘로열패밀리’를 견제, 감독할 사람이 거의 없다.
하지만 가족이 경영하는 기업이 전문경영인이 운영하는 기업보다 오히려 더 깨끗하고 사회적 평가에도 민감하다는 주장이 있다. 캐나다 앨버타대의 연구진은 8개국에서 연 매출 50억 달러 이상인 기업들을 골라 창업자 가족의 지분과 경영 참여 여부를 조사했다. 그리고 설문조사를 통해 사회적 신뢰도와 평판을 측정했다.
결과를 분석해 보니 창업자 가족이 경영에 깊숙이 관여하는 기업일수록 평판도와 신뢰도 측면에서 상대적으로 더 높게 평가됐다. 전문경영인보다 오너 경영자가 기업의 평판과 신뢰를 유지하기 위해 더 많이 노력한다는 뜻이다.
가족 기업 중에서도 특히 회사 이름에 가족의 이름이 들어간 경우 사회적 평판이 더 좋았다. 이름은 가족의 명예와 회사의 명예를 동일시하고 회사와 운명을 함께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기 때문이다.
류주한 한양대 국제학부 교수 jhryoo@hanyang.ac.kr
정리=조진서 기자 cj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