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법원 “사전협의 의무 위반” 판결
2010년 12월 A 씨(40·여)는 결혼 생활 14년 만에 집을 나갔다. 시집과의 갈등 때문이었다. 결혼 초부터 집에 자주 찾아와 매사에 간섭하는 시어머니 때문에 남편과 다투는 일이 잦았다.
1996년 결혼한 A 씨 부부는 4000만 원짜리 전세를 얻어 결혼 생활을 시작했다. A 씨 측 주장에 따르면 전세금 4000만은 절반씩 부담해 마련했다. 2년 뒤 부부는 시집에서 약 2억 원의 돈을 지원받아 남편 명의로 서울 서초구 반포동에 아파트를 샀다. 시집은 한동안 그 아파트를 전세로 임대했고 전세보증금은 시집에서 가져갔다. 2004년 부부는 원래 살던 집의 전세보증금 4000만 원에 그동안 모은 돈 2500만 원을 더해 반포동 아파트의 세입자에게 전세보증금 6500만 원을 돌려준 뒤 그 아파트에 들어가 살았다. 결과적으로 2억 원짜리 아파트를 사는 데 시집은 1억3500만 원을 부담한 셈이다.
남편은 A 씨가 집을 나간 지 10일도 채 되지 않아 아파트를 ‘아내와 상의 없이’ 팔아버렸다. 2억 원에 사들인 아파트 값은 12년 사이 16억 원으로 껑충 뛴 상태였다. 가출했다 뒤늦게 돌아온 A 씨는 이 사실을 알게 됐고 남편에게 1억 원을 현금으로 달라고 요구하다 이를 들어주지 않자 자살을 시도하기도 했다.
이후 A 씨는 남편에게 결혼 생활을 지속하는 조건으로 시어머니의 간섭을 제지해 주고 3억∼5억 원을 달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남편은 “결혼 생활을 유지하겠다는 빌미로 돈을 달라고 요구하는 건 옳지 않다”면서 “아파트는 부모님이 내 명의만 빌렸을 뿐 사실상 부모님 재산으로 아내는 재산 형성에 기여한 바가 없다”고 주장했다.
또 시부모는 아파트 구입 결정을 자신들이 했고 비용 대부분을 지원한 데다 구입 후 취득세 등 각종 세금을 대신 내줬으니 A 씨에게 나눠 줄 이유가 없다고 주장했다. 결국 A 씨는 법원에 이혼과 재산분할 소송을 냈다.
서울가정법원 가사1부(부장판사 노정희)는 “비록 부부 중 한 사람 명의의 부동산이라도 그것이 실질적인 부부 공동재산으로서 부부가 소유한 유일한 부동산이라면 처분을 위해서는 부부가 사전에 협의해야 할 의무가 있지만 일방적으로 팔아버려 A 씨에게 상실감과 배신감을 안겼다”며 이혼 신청을 받아들였다. 더불어 재산분할 부분에 대해서는 △문제의 아파트 세입자에게 내준 전세보증금 6500만 원은 함께 만들었다고 볼 수 있는 점 △부부가 이 아파트에서 6년간 함께 거주하며 공과금을 납부하기도 했고 △이 아파트가 부부의 유일한 재산이자 생활 근거였던 점 △혼인 기간 아내도 경제활동을 하며 재산을 유지하는 데 기여한 점에 비춰 아파트 매각 대금의 20%인 2억8200만 원을 아내에게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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