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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이완정]진정 필요한 건 ‘좋은’ 어린이집

입력 | 2013-09-12 03:00:00

[무상보육 어떻게 풀 것인가]<하>




이완정 인하대 소비자아동학과 교수

영유아 무상보육이 실시되고 1년도 되지 않았는데 이를 손봐야 한다는 소리가 높다. 충분한 논의 없이 새로운 제도를 전면 도입해 놓았을 때도 보육 현장에서는 순조로운 정착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다. 앞으로 또 제도가 어떻게 바뀔지 당혹스럽기 그지없다.

영유아 전면 무상보육 도입으로 과거보다 지원 아동 수와 지원액이 커졌는데 왜 불만의 목소리는 줄어들지 않고 있는 걸까. 우리나라 보육제도를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저가형 시장위탁’이라고 할 수 있다. 영유아보육법이 도입된 이래 학계에서는 “보육서비스 질을 높이기 위해 민간 의존도를 낮추고 국공립 어린이집을 확충해야 한다”고 줄기차게 한목소리를 내왔다. 아직도 우리나라 국공립 어린이집 비율은 5%도 되지 않는다. 전면 무상보육의 실시로 우리나라 보육의 공공성 논의는 보육서비스 중심의 논의에서 보육비용 중심의 공공성 논의로 갑자기 바뀌게 되었다. 하지만 영유아 보육의 특성상 국가가 돈을 지불해주는 것만으로는 부모의 요구사항이 충족되기 어렵다.

올해 상반기 전면 무상보육이 실시되면서 필자는 주목할 만한 현상을 발견했다. 어린이집에서의 영유아 학대 사건에 대한 언론 보도가 예전보다 더욱 급증한 것이다. 어린이집을 다니는 아이들이 늘어나다 보니 ‘학대’도 늘어난 걸까. 필자는 그런 요인보다는 비용을 국가가 지불하면서 보육서비스 과정을 공적으로 감시해야 한다는 학부모들의 요구가 더 거세어진 데 따른 결과라고 본다. 어린이집을 바라보는 정부와 부모들의 눈이 더 매서워진 것이다.

보육현장에서는 이러한 변화를 감지하고 보육서비스의 질을 높이는 데 더욱 역점을 두게 되었다. 실제 9월부터 보건복지부는 부모들에게 전국 어린이집 평가인증 점수를 공개하기로 했다. 지금까지는 미인증, 인증, 우수인증 등 3가지밖에 공개를 하지 않았지만 앞으로는 세부 항목별로 몇 점을 받았는지 공개 수위를 높여갈 방침이라고 한다.

어린이집 평가인증제도에서 지향하는 것은 어린이집에서 제공하는 서비스가 영유아의 건전한 발달을 지원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어린이집에서 영유아를 건강하고 안전하게 보호하고 좋은 먹거리를 제공하며 영유아가 풍부한 놀이와 활동을 통해 자율성을 신장시킴으로써 초등학교 입학 이후 초등교육과정을 원만하게 따라갈 수 있도록 발달의 기초를 갖추어주는 것이라 할 수 있겠다.

보육의 공공성 확충은 보육서비스 이용자의 부담을 최소화하고 공급자의 보육서비스 질을 담보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출 때 비로소 가능하다. 기왕에 시작한 무상보육제도가 원만히 정착되어 궁극적으로 사회적 비용을 최소화하도록 지혜를 모을 수 있기를 희망한다.

이완정 인하대 소비자아동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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