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밤 서울 마포구 창전동 카페에서 열린 제24회 유재하 음악경연대회 추진 회의에 ‘유재하 동문회’ 회원 가수들이 모였다. 왼쪽부터 권순관(노리플라이), 오지은, 심현보, 박원(원모어찬스), 은휼, 루빈, 정지찬(원모어찬스), 이한철(불독맨션), 김영우, 송우진(이상 스윗 소로우), 박경환.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심사위원들이 녹음실 현장에서 직접 2차 예선 심사를 하는 건 어떨까.”(가수 정지찬)
9일 밤 서울 마포구 창전동의 한 카페. 이한철, 스윗 소로우, 심현보, 원모어찬스, 노리플라이, 루빈, 오지은, 박경환, 은휼 같은 가수와 작곡가 10여 명이 모여 앉았다. 이들은 “유재하라는 이름이 우리 음악의 자양분이라는 점을 잊지 말자”고 입을 모았다.
가수 유재하의 생전 모습. 동아일보DB
역대 수상자들은 시상식 진행과 섭외, 제작, 홍보를 맡고 필요할 경우 일부 재정도 십시일반 충당할 계획이다. 이들은 행사 당일 축하 무대에 톱 가수를 섭외하는 대신 티셔츠를 맞춰 입고 유재하의 노래를 합창하기로 했다. 곡목은 “그대여 길을 터주오/가리워진 나의 길…”이라 노래하는 ‘가리워진 길’이 유력하다.
경연대회의 위기에는 TV오디션 프로그램과 아이돌 그룹에 편중된 기업의 관심, 빈약해진 장학회 재정도 한몫했다. 가수 정지찬은 “지난달 기업 협찬이 힘들게 됐다는 소식을 듣고 이 대회 출신자들을 모아 스마트폰 단체 채팅방부터 개설했는데 모두들 앞다퉈 돕겠다고 했다. 결과보다 함께 만들어 가는 과정이 더 찡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전했다. 이한철은 “이번 일을 계기로 앞으로 매년 ‘동문회’가 주축이 돼 행사를 진행할 생각”이라고 했다. 이문세 콘서트를 해온 공연기획사 무붕도 행사 진행에 힘을 보탠다.
한양대 작곡과를 졸업한 유재하는 ‘조용필과 위대한 탄생’의 멤버로, 김현식의 작곡가로 활동하다 1987년 1집 ‘사랑하기 때문에’를 발표했다. 유재하가 작사 작곡 편곡하고 노래한 이 음반은 ‘사랑하기 때문에’ ‘우울한 편지’ ‘지난 날’ ‘내 마음에 비친 내 모습’ ‘가리워진 길’을 포함한 거의 모든 수록곡이 사랑받았다. 대중음악사 최고의 명반 중 하나로 꼽힌다.
경연 참가 희망자는 25일까지 e메일로 지원서를 제출하면 된다. 수상자들에게는 대상 300만 원을 포함해 총 1200만 원의 장학금이 수여된다. 올해는 특별상으로 유재하 동문회상이 신설됐다. 유재하 음악장학회 홈페이지(www.yjh.or.kr) 참조.
임희윤 기자 im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