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보다 연극같은 일상 돌아보게 해연극 ‘노크하지 않는 집’ ★★★
‘노크하지 않는 집’은 무대와 객석의 경계를 두지 않는다. 배우들 뒤로 보이는 맞은편 자리 관객도 공연을 구성하는 요소다. 떼아뜨르 노리 제공
2006년 극단 떼아뜨르 노리가 시작한 ‘드라마 전시’ 기획 세 번째 공연이다. 안무, 설치미술, 연극, 미디어아트, 음악 등 여러 장르를 한 공간에서 연속적으로 체험하도록 했다. 이항나 연출은 “이번에는 형식적 실험을 이야기 안에 숨기고 여섯 여자의 사소한 일상을 관객과 공유하는 데 집중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릇이 조잡하면 대개 요리가 볼품없다. 연출가의 의도는 틀리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사각형 무대 주변에 마당극처럼 빙 둘러놓은 플라스틱 의자. 조금은 어색한 분위기로 모여 앉았던 관객들은 두서없이 풀어놓는 여인들의 일상에 차츰 스르르 빨려 들어간다.
일상이 희비극 같을 때가 있다. 분명 어제와 비슷한 반복인데 오늘은 유난히 기쁘거나 힘겹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몰두하고 뉴스 사이트에 댓글을 다는 것은 ‘내 일상만 희비극인 건 아니구나’ 안심하고 싶어서일지도 모른다. 서로 소음처럼 부딪히고 얽히기만 하던 등장인물들의 이야기는 문틈 사이 흐느낌에 살짝 귀 기울이는 순간 약속한 듯 정적을 맞는다. 미안해요. 다 들리면서도 그동안 모른 척했어요. 이야기 흐름이 뚜렷하지만 의도대로의 해석을 강요하지 않는다.
김애란의 동명 단편소설을 모티브로 삼아 영화감독 민병훈, 안무가 윤푸름, 무대디자이너 이진석이 소품과 미디어 작업에 참여했다. 막간을 끊고 이어내는 박세환의 기타 연주가 이야기의 든든한 뼈대다. 흡연 장면이 적잖으므로 담배를 싫어하는 관객은 피하는 편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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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솔희 윤소영 출연. 22일까지 서울 대학로예술극장. 1만5000∼3만 원. 02-2665-356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