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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지금 떠나요]둘레 16km 동해안 최대 호수 ‘고성군 화진포’

입력 | 2013-09-13 03:00:00

김삿갓도 감탄한 가을여행의 명소




김일성 별장에서 바라본 화진포와 해변 풍경. 화진포 주변에는 다양한 볼거리가 있고 둘레길이 조성돼 있다. 둘레길은 금강소나무 숲길을 포함해 총 20.3km로 6시간이 소요된다. 이인모 기자 imlee@donga.com

강원 고성군의 화진포는 울창한 송림과 호수, 바다가 한눈에 들어오는 명소다. 고성군 거진읍 화포리와 현내면 초도리, 죽정리에 인접한 화진포는 둘레가 16km에 이르는 동해안 최대의 자연 호수. 사방 어느 곳을 둘러봐도 천혜의 경관을 자랑한다. 금강산 구경 길에 올랐던 방랑시인 김삿갓이 이곳의 풍광에 취해 ‘화진포팔경’을 읊었을 정도.

화진포 주변은 자연 경관만 빼어난 것이 아니다. 이승만, 이기붕, 김일성 별장은 물론이고 다양한 박물관이 자리 잡고 있어 역사와 생태 학습의 공간으로 충분하다. 한여름에는 피서객들로 북적이는 곳이지만 최근에는 주말을 빼곤 비교적 한산하다. 화진포는 여유가 있는 가을여행 장소로 적격이다.

○ ‘타임머신’ 타고 옛 권력자들의 별장 여행

화진포의 경관이 예전부터 뛰어났다는 점은 이곳에 있는 남북 권력자들의 별장으로도 증명이 된다. 이승만 초대 대통령 별장은 호숫가에 있다. 외벽이 자연석으로 꾸며진 89m²(약 27평)의 단층 건물로 집무실과 침실, 거실을 복원했다. 이 대통령 부부가 사용했던 침대, 낚시도구, 안경, 장갑, 여권, 편지 등 유가족이 기증한 유품 53점이 전시돼 있다. 이 대통령은 1910년 미국 유학에서 돌아온 뒤 선교사를 만나러 화진포에 왔다가 풍광에 반했는데 6·25전쟁 이후 이 지역을 되찾자 선교사 집이 있던 자리에 별장을 지었다. 1954년 신축했다가 1961년 철거됐지만 1999년 육군이 복원해 전시관으로 운영 중이다.

김일성 별장은 바닷가 쪽 야산에 있는데 이곳에서는 주위 경관이 한눈에 들어온다. 화진포는 38선 이북 지역이기 때문에 6·25전쟁 이전에는 북한 땅이었다. 김일성 별장은 1948년 8월 김일성 일가족이 별장으로 사용한 건물이라고 한다. 6·25전쟁 때 훼손된 것을 고성군이 2005년 3월 복원해 전시관으로 운영하고 있다. 당초 이 건물은 우리나라에서 처음 크리스마스실을 발행한 캐나다 선교의사 셔우드 홀이 살던 곳이었다. 1938년 건축가 베버가 건축했는데 독일의 성과 같은 모습으로 지었다고 해서 ‘화진포의 성’으로도 불린다.

고성 화진포의 이승만 별장 내부. 이 대통령 내외의 인형이 전시돼 있다.

이 밖에 이기붕 부통령의 별장이 있고 해양박물관, 생태박물관, 고인돌유적지 등이 화진포 주변에 모여 있다. 올 6월 문을 연 생태박물관은 지상 3층 규모로 기증받은 수백 종의 박제와 화석류, 영상, 실물 모형 등이 전시돼 있다. 해양박물관은 1500종 4만여 점의 패류를 비롯해 길이 10여 m의 해저터널 수족관, 동해 물고기 전시장 등이 있다.

○ 통일전망대에선 금강산이 손에 잡힐 듯

화진포는 군청 소재지인 간성읍에서 7호선 국도를 따라 현내면 통일전망대로 가는 중간에 있다. 그런 만큼 화진포를 구경했다면 통일전망대에 들르는 것은 필수다. 통일전망대에서는 북녘의 금강산과 해금강을 볼 수 있다. 맑은 날이면 신선대 옥녀봉 채하봉 집선봉 등 금강산의 절경이 손에 잡힐 듯 가깝게 눈에 들어온다.

통일전망대 인근에는 강원도가 운영하는 DMZ(비무장지대)박물관이 있다. 2009년 8월 개관한 DMZ박물관은 고고역사, 전쟁군사, 자연생태, 생활문화 관련 6200여 점의 유물이 전시돼 있다. 1950년 6·25전쟁 발발 전후의 모습을 엿보고 휴전선의 역사적 의미 등을 되새겨 볼 수 있다.

고성은 동해안 최북단 고장답게 수산물이 많이 난다. 7호선 국도를 타고 가다 나타나는 항구 어느 곳을 들러도 싱싱한 회와 매운탕을 즐길 수 있다. 활어회도 좋지만 고성은 물회가 좋기로 소문나 있다. 또 군데군데 뛰어난 맛을 자랑하는 막국수집들이 있는데 고성군 모범음식점으로 선정된 업소를 찾으면 적어도 실망하지는 않을 듯싶다. 고성군 관광홈페이지(goseong.org/site/tour/page/index.jsp) 참조.

김창래 고성군 군정홍보담당은 “고성은 여름뿐 아니라 계절마다 볼거리와 먹을거리가 풍성한 곳”이라며 “바다와 산, 호수가 있는 고성에서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인모 기자 im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