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자니아에 ‘지재권’ 가르쳐주고 ‘소울오브아프리카(SoA)’ 팀은 탄자니아와 케냐에서 지식재산권 보호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지난달 1일 탄자니아 ‘팅가팅가’ 예술인 협동조합을 찾은 이영주 SoA 대표(가운데)와 김은성 부대표(오른쪽에서 두 번째), 장녕 부대표(오른쪽에서 세 번째)가 협동조합 관계자들과 회의를 끝낸 뒤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소울오브아프리카 제공
그러나 사업 계획을 구체화하려고 7월 말 케냐에 이어 탄자니아에 있는 ‘팅가팅가’ 예술인 협동조합을 방문하면서 생각이 180도 바뀌었다.
“그곳 화가들에겐 저작권에 대한 개념이 없어요. 유럽 바이어들이 책상에 500달러를 올려놓고 그 작가의 모든 작품에 대한 평생 저작권을 달라고 한답니다. 당장 생계가 막막한 화가들은 계약서도 보지 않고 서명을 합니다. 영국 BBC가 판권을 갖고 있는 ‘팅가팅가 이야기’도 화가들의 그림을 갖다 쓰고는 값을 지불하지 않았다고 하더군요.”
이 대표는 탄자니아 화가들에게 ‘정당한 수입원’을 만들어 주기로 결심했다. 화가들에게 지식재산권에 대해 교육하고 그들의 작품을 제값에 사온 뒤 국내 애니메이션이나 캐릭터 등 콘텐츠산업과 접목해 부가가치를 높이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그는 “이달 말 케냐와 탄자니아에서 사온 작품 30점을 전시해 국내 소비자들의 선호도를 조사할 계획”이라며 “다음 답사 땐 저작권 및 상품화 전문가와 함께 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가 탄자니아의 지식재산권 보호사업을 본격 진행하게 된 것은 ‘파이어니어 빌리지 더 나눔’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다. KDB산업은행이 주최하고 한국청년기업가정신재단이 주관하는 이 프로젝트는 국내 청년들이 해외 빈민촌을 찾아가 현지인들에게 도움을 주는 창업 아이템을 만들도록 지원한다. 최근 국내 창업이 미국 실리콘밸리식 정보통신기술(ICT) 분야에 치우쳐 있다는 점을 감안해 후진국에서 창업을 통해 사회적 가치를 창출해 보자는 시도다.
이윤석 한국청년기업가정신재단 전략기획팀장은 “미국에서 기업가정신 교육 분야에서 최고로 꼽히는 뱁슨칼리지의 창업 수업에서 차용한 모델”이라고 설명했다.
○ 옥수수를 반값에 내다파는 추장
‘1밀리미터 액트’라는 팀을 꾸린 서유나 씨(26·여)와 이명상 씨(26)는 아프리카 최빈국 말라위에서 곡물 유통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둘은 최근 1년간 비정부기구(NGO)를 통해 말라위에서 봉사 활동을 했다. 특히 이 씨가 열매나눔재단 농업분과에서 시세 차익을 이용해 곡물을 사고판 뒤 남은 돈을 자선 활동에 재투자하는 일을 맡으면서 사업성을 발견했다. 둘은 7월 말 다시 말라위를 찾았다.
말라위선 옥수수 제값 받아주고 서유나 씨(앞줄 가운데)와 이명상 씨(앞줄 오른쪽)는 말라위에서 곡물 유통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1밀리미터액트 제공
디자인 전공자 3명으로 구성된 ‘에이(A). 디자인’ 팀은 영화 ‘슬럼독 밀리어네어’의 배경인 인도 최대 빈민가 다라비에서 수질 개선 사업을 꿈꾸고 있다. 김세훈 씨(33)는 “평소 대학과 대학원에서 배운 디자인을 어떻게 의미 있게 쓸 수 있을지 고민하던 차에 이 프로젝트를 접하고 인도로 떠났다”고 말했다.
인도 빈민가 수질개선 도와주기 인도에서 수질 개선 사업을 꿈꾸는 ‘에이(A). 디자인’팀의 김세훈 씨(왼쪽). 에이. 디자인 제공
이들은 인도 건설현장에서 철근 대신에 튼튼한 대나무를 많이 사용한다는 것을 발견하고 대나무를 파이프처럼 이용하기로 했다. 호 씨는 “지름이 5∼15cm로 다양한 크기의 대나무를 연결해줄 수 있는 모듈을 개발해 여기에 펌프와 정수기를 연결해 볼 생각”이라며 “이 프로젝트가 성공한다면 인도뿐 아니라 다른 국가의 빈민촌에서도 적용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유현 기자 yhk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