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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경남/동서남북]울산 아산로 가로수 너머 풍경이 보고싶다

입력 | 2013-09-13 03:00:00


정재락 사회부 기자

태화강을 가로지르는 명촌교 등 울산지역 교량의 난간에 꽃바구니가 처음 설치된 것은 2005년. ‘웨이브 피튜니아’ 등 화려하고 오래가는 꽃을 바구니에 심어 매달았다. 회색빛 도시를 환하게 밝혀주는 데 이들 꽃바구니가 크게 기여했다. 이는 전국으로 확산돼 지금은 대부분의 도시에서 볼 수 있다.

그러나 울산에서는 지난달부터 이 꽃바구니가 철거되거나 인도 바닥에 내려져 있다. 시야 확보를 위해서다. 꽃바구니가 운전자들의 눈높이로 교량 난간에 촘촘히 걸려 있어 태화강을 볼 수 없다는 지적이 많았기 때문이다. 울산시의 세심한 배려에 시민들은 대체로 만족하고 있다.

배려가 필요한 곳이 다른 데도 있다. 현대자동차 울산공장과 태화강 사이의 아산로(峨山路). 현대자동차가 1996년 326억 원을 들여 개설해 울산시에 기부한 도로다. 아산은 고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주의 호. 이 도로변에는 해송이 심겨 있다. 높이가 2m 남짓인 해송 사이에는 아카시아도 자란다. 이 가로수가 운전자에게는 시야를 가리는 애물단지다.

아산로 옆으로는 태화강이 흐르고 도로가 끝나는 지점에는 현대자동차 수출부두가 있다. 세계 최대를 자랑하는 현대중공업의 1600t급 골리앗 크레인도 보인다. 울산의 랜드마크가 될 울산대교(2015년 5월)도 아산로와 연결된다. 태화강 너머에는 울산석유화학공단이 있다. 모두가 울산과 한국의 자랑스러운 상징들이다. 그래서 아산로는 훌륭한 스토리텔링 소재가 될 수도 있다.

현대자동차와 현대중공업 등으로 통하는 아산로는 울산에서 관광객들이 가장 많이 다니는 도로. 이들에게 ‘명품 울산’의 진면목이 가로수 때문에 사장(死藏)되는 셈이다. 울산생명의 숲 윤석 사무국장은 “아산로의 시야 확보를 위해 해송 가지를 치거나 아카시아를 제거해야 한다. 장기적으로는 수종(樹種) 변경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태화강 꽃바구니’에서 보여준 시민 눈높이 행정을 이제 아산로에 적용할 때다.

정재락 사회부 기자 rak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