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여행사들 신음
12일 여행업계와 한국관광공사 등에 따르면 개정된 중국의 관광진흥법은 한국 관광업계의 최대 고객인 중국여행객 유치에 큰 파장을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직접 영향을 미치는 조항은 크게 네 가지다. △비합리적인 저가 여행상품을 만들거나 쇼핑 또는 별도 요금의 여행항목을 만들어 수수료를 받을 수 없다 △관광객에게 서비스 요금을 요구하거나 별도로 요금을 내야 하는 프로그램에 참가하도록 강요하지 못한다 △구체적인 쇼핑장소를 지정하거나 여행 일정을 임의로 변경해서는 안 된다 △중국 여행사는 중국인 관광객을 한국으로 보낼 때 지불하는 ‘지상경비(숙박·교통·시설이용료 등 중국 여행사가 한국의 현지여행사에 지급하는 금액)’를 원가 이상으로 지불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실제로 법 개정과 관련해 중국 여행사와 가격협상을 벌이고 있는 A여행사의 사정을 들여다보면 문제점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제주 3일, 서울 2일짜리 4박5일 여행상품은 원가가 27만∼28만 원이지만 중국 여행사 측은 한국 측에 지불하는 금액으로 17만 원 정도를 제시하며 가격을 깎고 있다. 지금까지 중국 여행사는 이 여행사에 6만∼7만 원 정도를 받고 있었다.
A여행사 관계자는 “개정법은 원가 이상의 지상경비를 주도록 정하고 있지만, 한국과 중국 여행사가 짬짜미로 계약서상 원가를 축소하는 방식을 쓴다면 얼마든지 편법 운영이 가능하다”면서 “회사를 계속 운영하려면 최소한 10만 원 정도를 다른 방식으로 벌어들여야 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한국여행업협회 관계자도 “이 법이 시행되더라도 중국 여행사와 한국 여행사가 암암리에 하는 뒷거래까지 통제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원가를 모두 보전해주진 못하지만 중국인이 구매하는 한국 여행상품의 가격은 오를 수밖에 없어 중국 관광객들의 수는 크게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여행사들은 한국 여행 상품 가격을 50∼60%가량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그 영향으로 모두투어를 통해 10월 중 한국을 찾을 중국인 관광객 예약자 수는 1000여 명으로 작년 같은 달의 3분의 1에 그치고 있다. 한 여행사 대표는 “70% 이상의 고객 모집률 감소를 각오하고 있다”고 말했다.
바뀐 법에 적응하지 못해 아예 상품을 내놓지 못한 여행사들도 나오고 있다. 롯데관광 관계자는 “원래대로라면 이미 10월 상품이 나왔어야 했는데 추석 이후로 계획이 미뤄졌다”며 “현지에서 고객 모집이 잘 안 된다는 하소연이 늘고 있지만 다른 업체의 눈치를 보느라 쉽게 상품 구성을 확정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 여유법(旅游法) ::
총 10장 112조로 이뤄진 중국의 관광진흥법. 중국 내외를 여행하는 중국인 관광객의 권익을 보호하고 중국 관광산업의 건강한 발전을 촉진하는 것이 목적이다.
권기범 기자 kak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