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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비 회수된 고속道 통행료 없애야”

입력 | 2013-09-13 03:00:00

■ 소비자단체協 ‘요금 합리화’ 토론회




인천에서 가게를 운영하는 김모 씨(63). 서울에 사는 그가 경인고속도로로 출퇴근하며 내는 통행료는 한 달에 약 4만 원이다. 불황으로 한 푼이 아쉬워 도시락까지 싸갖고 다니는 그에게는 적지 않은 돈이다.

그런데 1968년 개통된 이 고속도로의 투자비는 이미 모두 회수된 상태다. 김 씨는 “이미 투자비를 다 거둬들인 고속도로의 통행료를 왜 내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혹시 내가 내는 통행료가 다른 고속도로의 적자를 메우는 데 투입되는 게 아니냐”고 불만을 터뜨렸다.

경인고속도로처럼 투자비가 모두 회수된 고속도로의 통행료를 면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이런 노선의 통행료로 다른 고속도로의 적자를 메우는 데 대한 불만이 크다.

10개 소비자단체들의 연합체인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는 12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고속도로 통행료 합리화 방안’ 토론회를 열고 고속도로 통행료 원가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이 발표에 따르면 현행 유료도로법은 유료도로의 통행료 징수 기간을 최대 30년으로 정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도로공사는 경인고속도로(1968년 개통)와 경부고속도로(1970년 개통) 등 개통된 지 30년 이상 된 도로에서도 여전히 통행료를 받고 있다. 특히 이들 고속도로 중 경인고속도로(투자비 회수율 211.3%, 2011년 기준)와 경부고속도로(130.2%), 남해 제2고속도로(361.0%), 울산고속도로(247.7%) 등 4개 노선의 투자비는 이미 모두 회수된 상태다.

따라서 이들 4개 노선의 통행료를 면제해야 한다는 것이 소비자단체협의회의 주장이다. 이와 함께 협의회는 도로공사가 투자비 회수가 끝난 노선에서의 통행료 징수 근거로 삼는 ‘통합채산제’에 대해서도 비판을 가했다. 통합채산제는 전국 고속도로를 하나의 노선으로 간주해 손익을 따지는 것이다. 소비자단체협의회 측의 김정훈 회계사는 “도로공사가 현재 고속도로 전 노선에 대해 통행료를 받아 일부 노선의 적자를 메우고 있다”며 “투자비가 회수된 고속도로 이용자가 적자 노선의 통행료까지 간접 지불하는 꼴”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실제로 4개 노선의 통행료 무료화는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도로공사 측은 “대도시 인근 고속도로 정비는 어느 정도 마무리됐지만 지금도 지방 등에 매년 2조5000억 원을 투자해 고속도로를 건설하고 있다”며 “투자비 회수 노선의 통행료를 무료화하면 초기에 고속도로를 건설해 발전한 지역만 특혜를 볼 수 있다”고 밝혔다.

김유영·박재명 기자 ab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