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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박건호]일반고 거점학교, 학생에게 희망일 수 있다

입력 | 2013-09-13 03:00:00


박건호 문정고등학교 교장

오늘도 학생들은 저마다 자기만의 꿈을 이루기 위해 아침 일찍부터 밤늦게까지 졸린 눈을 비비며 공부를 한다. 이들이 원하는 것들을 모두 들어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안타깝게도 학교는 도와달라고 내미는 손을 모두 잡아줄 수 없어 미안한 경우가 많다.

전기를 대체하는 에너지 개발을 꿈꾸고 있는 A 양은 물리Ⅱ를 배우길 바란다. 그러나 학교에서는 그 과목 희망자가 매우 적어 내년에도 개설할 수 없다. 학교 선생님으로부터 직접 친구들과 함께 실험도 하면서 즐겁게 배우고 싶지만 교육방송 시청을 통해 힘들게 배우고 있다.

왜 학교는 이 학생들이 가진 소중한 꿈을 이루도록 도와주지 못할까? 일반 고등학교는 예산이 부족하고, 꿈과 끼를 키울 수 있도록 적절한 교육과정이나 시설 등을 제대로 제공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마침 최근 서울시교육청이 ‘일반고 Jump Up 추진계획’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교육과정 거점학교’가 시범 운영된다. 거점학교는 개별 학교에서 운영하기 어려운 진로집중과정을 개설하고 전공별 세분화된 교과목을 운영하여 거점학교 학생뿐만 아니라 인근 학교 학생들에게 꿈과 끼를 키우는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게 된다.

예를 들어 과학 거점학교는 신청자 수가 적어 일반고에서 개설되기 어려운 물리Ⅱ, 지구과학Ⅱ, 화학실험 등의 심화과목을 개설하고 그 학교 및 인근 학교 학생을 대상으로 수강 희망 학생을 모집한다. 토요일과 방학 기간을 이용하여 탐구주제 연구보고서 작성 등 이론과 실험을 병행하는 수업을 진행할 수 있다.

일각에서는 이번 거점학교 운영계획을 일종의 고육지책으로 보는 시각이 있다. 비록 소수 학생이 선택하거나 가르칠 교사가 없거나 시설 등이 부족하더라도 학생이 희망하는 교과목은 그 학교 내에서 편성하는 것이 바람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모든 학교가 학생이 희망하는 교과목을 모두 운영하기에는 어려움이 너무 많다. 또 모든 희망 교과목을 운영하는 데 필요한 엄청난 예산 및 강사 등을 모든 학교가 확보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그렇다고 그 모든 것이 갖추어질 때까지 무작정 기다릴 수는 없다. 이처럼 일반고 학생들을 위한 거점학교의 출발은 결코 이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최고의 해법은 아니지만, 바로 지금 우리의 소중한 학생들에게는 분명히 ‘희망’일 수 있다.

박건호 문정고등학교 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