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팀장이 임원으로 승진한 남자 상사의 사무실에 들렀다가 모욕적인 말을 들었다.
“당신 팀의 분위기가 해이해졌다는 지적이 있어. 신경을 써야겠어.”
남성이라면 “이 양반이 승진을 하더니 군기부터 잡는구나”하고 넘겨 버렸을 것이다. 그러나 여성 팀장은 그날 밤을 뜬눈으로 새웠다. 상사가 왜 그런 말을 했는지 온갖 가능성을 상상해 봤지만 짚이는 게 없었다.
남성에게 있어 일이란 끊임없이 점검하고 챙겨야 할 대상이다. 그래서 틈이 날 때마다 후배들을 채찍질하는 말을 쓴다. ‘너의 능력을 보여 달란 말이야.’
반면 여성은 일에 앞서 상대의 감정을 점검하는 말을 던진다. 남성들이 조직과 시스템을 보호하기 위해 능력의 검증을 요구하지만 여성은 자신이 어떻게 여겨지고 있는지가 궁금한 것이다. ‘날 어떻게 생각하는지 말해줘.’
직장 내에서 남성과 여성의 말 사용 차이가 단적으로 드러나는 장소가 회의실이다. 여성들은 꼼꼼하게 준비해 많은 정보를 제공하려 한다. 회의를 위해 자신이 얼마나 많은 시간과 노력을 쏟아부었는지 보여주고 싶기 때문이다. 발표가 길어질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한 남자들의 반응은 둘로 나뉜다. 하나는 발표에 끼어들어 맥을 끊으려는 남자 상사다. 뻔히 아는 얘기를 들어야 한다는 스트레스와 우월성을 과시하려는 남성의 공격 성향이 결합돼 “그런 건 됐고… 결론이 뭐야?”라는 다그침으로 나타난다.
이야기를 하던 여성은 남자들이 짜증을 내거나 멍해질 때마다 왜 그러는지 이해하지 못한다. 유대를 강화하기 위해 세심하게 말해주는데 왜 제대로 듣지 않는지 납득하기 어렵다.
남성들의 이런 태도가 여성에게는 상처가 된다. 여성은 정서적 유대감을 느끼지 못할 경우 불안에 빠지는 경향이 있다. 동료들이 자기 이야기에 귀를 기울일 때에야 안심하고 발표에 집중할 수 있다.
이에 비해 남성은 자신의 입지(주로 권력이나 지위)가 흔들릴 때 불안을 느낀다.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회의 시간 내내 성과를 챙기고 아랫사람을 몰아세운다. 윗사람으로부터 능력을 인정받는 말을 들으면 비로소 안도감과 성취감을 느낀다. 이처럼 남성과 여성은 안심하기 위해 챙기는 대상과 내용부터가 다르다.
한상복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