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일수 駐이스라엘 대사 “창조경제 모델, 英-獨으로만 국한해선 곤란”
김일수 주이스라엘 대사(사진)는 최근 최문기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이 “창조경제 모델은 이스라엘이 아니라 독일에 영국형을 더한 것”이라고 말한 데 대해 이 같은 의견을 내놓았다. 김 대사는 13일 최 장관의 발언으로 벌어진 창조경제 벤치마킹 대상 국가 논란에 대한 의견을 담은 글을 동아일보에 보내왔다.
최 장관은 4일 신문방송편집인협회 초청 포럼에서 “이스라엘에서 배울 것은 자원 부족을 어떻게 극복했느냐는 것일 뿐 우리나라는 금융 문화 예술 디자인 등의 분야에서 창조경제를 이룬 영국에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생이 강한 독일을 합한 모델을 추구한다”고 밝혔다. 이 발언은 지금까지 미래부와 중소기업청이 이스라엘을 창조경제 모델 중 하나로 꼽아온 것과 다른 견해여서 경제계에서 화제가 됐다.
그러나 중국과의 하드웨어 기술격차가 점점 좁혀지고 있어 소프트웨어 경쟁력을 갖추지 않고서는 살아남기 어렵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김 대사는 “(제조업) 생산기반에 소프트웨어 원천기술과 융합기술, 첨가기술을 더하는 방법으로 창조경제의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김 대사는 “강소기업 위주의 산업구조에서 경쟁력 있는 하드웨어를 수출하는 기술강국 독일도 우리 벤치마킹 대상임에 틀림없다”며 “그러나 독일도 최근에는 상대적으로 취약한 소프트웨어 개발에 눈을 돌려야 한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우리와 달리 생산 기반이 취약한 경제구조이지만 소프트웨어 개발능력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이스라엘을 주목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200개 세계 첨단기술 기업이 이스라엘에 소프트웨어 연구개발(R&D) 센터를 두고 있죠. 이스라엘 특유의 소프트웨어 개발능력과 이를 키우는 창업생태계 환경을 꼭 배워야 합니다.”
김 대사는 “이스라엘의 경제구조가 한국과 다르다고 해서 창조경제 모델에서 논외로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이스라엘이 한국과 달리 해외 유대인 네트워크의 강력한 지원을 받고 있기는 하지만 매주 세계적인 다국적 기업들이 수백억, 수천억 달러를 들여 이스라엘 기업을 인수하는 현상을 유대인 네트워크의 힘 때문이라고만 해석하는 것은 지나친 논리적 비약이라는 얘기다.
김용석 기자 nex@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