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손아섭. 스포츠동아DB
롯데 손아섭은 13일 대구 삼성전을 앞두고 원정 라커룸에 비치된 전신 거울 앞에서 배트를 잡고 홀로 타격폼을 교정하고 있었다. 마치 생사가 달린 결투에 나가기 직전, 무사가 검을 매만지듯 진지했다. 가뜩이나 야구에 진지한 그가 더 심각해진 이유는 최근의 ‘작은 슬럼프’ 때문이다. 손아섭은 “최근 5경기에서 17타수 1안타다. 타율이 너무 떨어졌다”고 말했다. 5경기 쯤 부진한 일이야 어지간한 타자에게 흔할 텐데, 손아섭의 마음이 무거운 이유는 타격감이 돌아오지 않기 때문이다. 손아섭 수준의 완성형 타자에게도 슬럼프는 따른다. 이유가 어디에 있는지 알아야 해결책도 찾을 수 있다.
● 안타보다 완벽한 폼을 찾고 싶다!
손아섭은 편집광적으로 타격폼에 집착하는 유형이다. “타격폼만 완벽하면 안타를 못 치더라도 언젠간 좋은 타구를 날릴 수 있다”고 믿는다. 그러나 그 타격폼을 꾸준히 지키는 것은 현실적으로 그 어떤 타자에게도 불가능에 가깝다. ‘타격의 신’으로 추앙받는 장훈조차도 “타격과 여자의 마음은 알 수 없다”고 어려움을 고백한 바 있다.
● 타격은 폼과 멘탈의 결합!
타격왕과 최다안타왕을 모두 노릴 수 있는 손아섭의 성적도 지금의 단기 슬럼프를 불러왔다. 그는 “타격왕은 사실 이병규(LG) 선배가 유리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다보니 최다안타왕에 집중하게 되더라. 그 결과, 나도 모르게 볼넷보다 안타 욕심이 나서 나쁜 공에 방망이가 나간다”고 털어놓았다. 롯데 박흥식 타격코치도 “(손아섭이) 조언을 구해서 ‘조급해하지 말라’는 충고만 해줬다”고 귀띔했다. 평정심만 되찾으면 언제든 안타 생산이 가능하다고 보기에 박 코치는 큰 걱정을 하지 않았다.
손아섭은 야구가 안 될수록 더 악착같이 달려드는 성격이다. 그는 “고지가 저 앞인데 여기서 주저앉을 수는 없다”고 다짐했다. ‘노력하는 자는 방황한다’는 괴테의 경구가 지금의 손아섭에게 딱 어울릴지 모른다.
대구|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트위터 @matsri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