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뱅에서 근대혁명까지… 8가지 핵심사건 통해 우주속 인류 조망◇빅 히스토리/데이비드 크리스천,밥 베인 지음·조지형 옮김/432쪽·1만5000원/해나무
중력에 의해 약 1000억 개의 별이 모여 하나의 은하를 형성하고, 중력은 또 수백에서 수천 개의 은하를 결집시켜 은하단을 만든다. 우주와 인류의 역사는 얼마나 광대한 걸까. 빅 히스토리(거대사)는 그런 앎을 향한 학문적 시도다. 사진은 은하단의 모습. 해나무 제공
이런 거창한 질문에 신나게 답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학창시절 한국사와 세계사, 지구과학 교과서를 달달 외웠더라도 여러 학문의 지식을 융합해 큰 틀에서 설명하기란 쉽지 않다. 우리 지구인들이 꼭 알아야 할 상식임에도 말이다.
이런 현실에서 등장한 빅 히스토리(거대사)는 흥미로운 학문이다. 빅 히스토리란 역사를 국가별로 살필 때 발생하는 갈등을 극복하기 위해 우주 전체의 역사 속에서 인간을 바라보는 새로운 연구 경향이다. 우주의 탄생부터 현재의 세계를 넘어 미래 예측까지 천문학 물리학 생물학 고고학 인류학 역사학 등 여러 학문을 넘나들며 조망하는 융합 학문이다.
137억 년의 역사를 어떻게 책 한 권에 다 담을 수 있을까. 이 책은 우주 역사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8가지 임계국면(새로운 현상이 나타나는 지점 혹은 시기)을 중심으로 설명한다. 137억 년 전 빅뱅부터 135억 년 전 별과 새로운 원소의 출현, 45억 년 전 태양계와 지구의 생성, 38억 년 전 지구 생명체의 출현, 20만 년 전 인간의 집단학습 능력, 1만1000년 전 농경의 시작, 그리고 250년 전 근대 혁명이 그것이다.
빅 히스토리는 곧 단순함에서 복잡함으로 진행하는 역사다. 골디락스 조건(딱 알맞은 출현 조건)이 갖추어질 때마다 새로운 임계국면이 나타나곤 했다. 예를 들어 지구에 생명체가 출현한 것은 지구가 유기체 생명에 필요한 탄소 수소 산소 질소 같은 원소들을 지닌 암석 행성이고, 태양과 적절한 거리에 위치해 에너지가 적당하고, 물이 있어 원자들이 움직이고 얽힐 수 있기 때문이었다.
책을 읽을수록 21세기에 인류가 당면한 식량 자원 기후 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빅 히스토리와 같은 융합학문을 통해 모든 지혜를 동원해야 함을 깨닫는다. 저자의 의도와 상관없이 책을 읽다가 힐링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태양계가 속한 우리 은하, 즉 은하수는 지구를 포함해 대략 1000억 개의 별이 모여 있고, 전 우주에 걸쳐 이런 은하가 대략 1000억 개가 있다고 한다. 우주 이야기를 읽다 보면 그랜드캐니언이나 로키 산맥 같은 장대한 자연을 마주했을 때와 비슷한 느낌이 든다. 심각한 걱정 고민은 물론이고 나라는 존재조차 이런 광대한 시공간 속에서는 티끌도 안 된다는 사실에 왠지 홀가분해진다.
신성미 기자 savori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