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한 대공황/시바야마 게이타 지음/전형배 옮김/200쪽·1만2000원/동아시아
일본 시가대 경제학부 교수인 저자가 볼 때 현 세계 경제의 흐름은 20세기 초 대공황과 너무나 닮았다. 미국의 거대한 버블 붕괴로 인해 세계적 경제위기가 찾아왔고, 그 여파가 유럽으로 확산됐다. 단기 자금의 이동에 따라 경제가 요동치는 것도 엇비슷하다. 당시에도 과도한 세계화로 국가 간 대립이 심각했는데, 요즘 아시아 중동에서 알력이 벌어지는 모습도 영 심상치 않다. 청년실업이 정치 변동으로 연결되는 양상도 마찬가지다.
다만, 현재가 대공황이라는 진단이 어색한 것은 ‘조용하게’ 진행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1930년대처럼 국내총생산(GDP)이 곤두박질치고 시민들이 패닉에 빠지는 현상은 감지되지 않는다. 2008년 리먼 사태가 벌어지며 줄곧 상황이 나빠졌으나 대공황이라 부르긴 애매하다. 저자가 보기에 이는 각국 정부가 온갖 구제책을 적극 동원했기 때문이다. 전례 없이 엄청난 공적자금을 투입하고 강력한 금융 및 재정 조치를 취한 덕에 가파른 추락은 면했다. 하지만 정부가 과연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 저자는 이미 그 붕괴의 단초가 여기저기서 발견되고 있다고 말한다.
정양환 기자 ra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