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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향기]수학 난제가 풀릴 때마다… 알게 모르게 덕 보는 우리들

입력 | 2013-09-14 03:00:00

◇위대한 수학문제들/이언 스튜어트 지음/안재권 옮김/492쪽·2만3000원/반니




수학은 어렵다. 머리로야 과학이나 금융의 근간이 되는 중요 학문이란 것을 알지만, 막상 수학문제 앞에 서면 까막눈이 되는 심정은 참 처참하다. 그런데 세계적인 수학 난제들이라…. 그냥 전문가들이 알아서 고민해주면 고맙겠다.

그런데 이 책은 당신도 이 수학 난제들과 무관치 않다고 소매를 잡아끈다. 영국 워릭대 수학과 교수인 저자는 난제 자체를 일반인이 이해할 필요야 없지만 이를 둘러싼 과정이나 정황을 아는 것은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예를 들어 ‘푸리에 분석’이란 수학적 아이디어가 어떤 개념인지는 몰라도 괜찮다. 하지만 이 분석이 현대 전기통신의 근거이자 디지털카메라를 가능하게 하는 기반이라는 것은 상식적으로 알아두면 좋지 않은가. 심지어 경찰이 지문을 보존하는 기술에도 푸리에 분석이 이용된단다.

위대한 수학 난제 중에는 중학교 교과서에서 이미 마주쳤지만 우리가 인지하지 못한 것도 있다. ‘골드바흐 추측’이라는 것인데 바로 소수와 관련된 문제다. 정의를 옮겨 쓰자면 “2보다 큰 모든 짝수는 두 개의 소수의 합으로 표시할 수 있다”이다. 책은 이런 난제를 통해 소수를 연구함으로써 정수론이나 인수분해 같은 분야가 확장됐으며, 이런 결과물이 바탕이 돼 알고리즘과 컴퓨터 운영체계, 인터넷통신의 프로토콜이 성장했다는 것을 설명한다. 이만하면 골드바흐 추측이 우리와 상관없다고 말하긴 힘들다.

하지만 고백하건대, 이 책은 무지 어렵다. ‘일반인도 이해하기 쉽다’는 뻔한 소개는 도무지 못하겠다. 물론 난제를 둘러싼 뒷이야기들은 흥미롭다. 하지만 책의 비중이 그쪽보단 수학 개념 설명에 치중돼 머리가 팽팽 돈다.

정양환 기자 ra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