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사랑하는 것들은 소설이 된다”… 노통브의 자전적 작품
프랑스 출판계도 9월 초에 ‘문학의 개학’을 맞는다. 가을을 맞아 한 해 중 가장 많은 책을 한꺼번에 쏟아내는 프랑스 출판계만의 독특한 전통이다. 올해에는 555종의 책이 한꺼번에 출간됐다. 10, 11월의 공쿠르상, 플로르상, 메디치상, 페미나상 등 각종 문학상과 연말 크리스마스 세일을 겨냥해 집중폭격을 해대는 것이다. 1992년 이후 ‘문학의 개학’ 때마다 한 번도 빠지지 않은 단골손님이 아멜리 노통브(46·사진)이다. 벨기에 출신인 노통브는 1999년 ‘두려움과 떨림’으로 아카데미 프랑세즈 문학대상을 수상하며 프랑스 최고의 인기 작가 반열에 들었다.
그의 22번째 작품인 ‘행복한 노스탈지(Nostalgie Heureuse)’는 아버지가 외교관으로 일하던 일본 고베에서 태어나 다섯 살까지 살았던 작가가 16년 만에 일본을 찾아가 유년기의 추억과 망각, 상처를 더듬어 보는 자전적 소설이다.
“나는 해방되고 구제받고 싶었다. 무엇으로부터? 나를 둘러싸고 위협하는 무수한 정체불명의 것들로부터다. 그게 뭔지 확실히 알 수 있다면, 나는 이미 구원받았을 것이다.”
그는 공영방송 프랑스5 채널의 다큐멘터리 팀과 함께 일본을 찾는다. 그곳에서 노통브는 어린 시절 살던 마을과 학교를 찾고, 20년 만에 어릴 적 자신을 키워줬던 유모를 만나며, 20대 초반에 파혼했던 약혼자를 다시 만나고, 황폐해진 후쿠시마의 쓰나미 현장도 걷는다.
소설의 첫 문장은 이렇게 시작한다. “모든 사랑하는 것들은 소설이 될 수 있다.” 그는 늘 돌아가기를 꿈꾸던 유년기의 공간을 돌아보면서도 지나간 시간을 후회하거나 애통해하지 않는다. 그 대신 추억과 상처, 망각과 흔적에 대한 감미로운 찬사를 보낸다.
그는 도쿄 신주쿠의 번화한 사거리에서 알 수 없는 불안에 시달리던 자아의 해체를 경험한다. “나는 군중 속에 빠져들었다. 나는 나를 지나치는 모든 사람을 지나친다. 이 순간이 멈추지 않기를 바란다. 나는 도쿄 안에서 용해되어 끓어오르는 아스피린이다.”
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