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동욱 검찰총장 사퇴 파문]■ “사표수리 유보-진상규명” 배경은
3자회담 기다리는 국회 사랑재 16일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 황우여, 민주당 김한길 대표 간 3자회담장으로 유력한 국회 사랑재의 모습이 15일 공개됐다. 3자회담을 위해 의자 3개, 실내화 3켤레가 놓여 있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 다양한 포석 깔린 청와대의 수(手)
청와대의 ‘사표 수리 유보-진상조사 강행’ 선택에는 다양한 포석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채 총장은 사의 의사를 밝힌 13일 사표를 제출했지만 박 대통령은 수리하지 않고 있다. 이는 ‘청와대는 채 총장을 쫓아낼 생각이 없다’는 사실을 강조하면서 검찰과 민주당의 반발을 막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즉 쏟아지는 ‘청와대의 채 총장 축출설’ 와중에서 사태 해결의 시간을 벌 수 있고 혼외 자식이 채 총장의 친자가 아니라는 결과가 나오더라도 정치적 부담을 덜 수 있다. 따라서 ‘채 총장을 유임시키겠다’는 의지가 실린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다만 일선 검사들과 각을 세우는 데는 조심스러워했다. 정부 관계자는 “진상 규명도 안 됐는데 왜 총장을 쫓아내려 하느냐는 일선 검사의 반발에 공감한다”며 “우리도 진상 규명도 안 됐는데 왜 총장이 나가느냐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채 총장과 동반 사퇴 의사를 밝힌 김윤상 대검 감찰1과장에 대해서는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았다. 이 관계자는 “검사의 비리를 조사하는 것이 감찰과장의 일인데 자기 조직 수장이라고 조사를 못하겠다고 하고, 국민의 녹을 먹는 검찰이 채 총장의 호위무사라고 하고 가관”이라고 비판했다.
○ 靑, “혼외 자식 의혹만 규명하겠다”
아직 사표 수리가 되지 않은 이상 채 총장의 의지와 상관없이 법무부가 진상 조사에 착수할 수 있다. 오해의 소지를 줄이기 위해 혼외 자식 논란과 관련된 부분만 조사하겠다는 방침이다. 청와대는 논란을 줄이기 위해 가급적 속전속결로 조사를 마치는 게 좋다는 의견인 것으로 전해졌다. 그 때까지는 사표 수리를 하지 않을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윤상현 새누리당 원내수석부대표도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법무부가 검찰에 자체조사를 요구했는데 검찰이 못하겠다고 해서 부득이 법무부가 하게 된 것”이라며 “비위 사실이 있어서가 아니라 사생활 (문제의) 진실 규명을 따지는 차원”이라고 말했다.
언론에서 제기한 ‘청와대의 채 총장 퇴진 개입설’에 대해서는 일절 해명하지 않고 있지만 내부적으로는 사실관계를 확인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채 총장에 대한 청와대의 불편한 기류를 감지한 내부 인사가 자의적으로 검찰을 압박했을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한 청와대 관계자는 “만약 일부 보도대로 민정수석실에서 채 총장에게 사퇴하라고 했다면 그건 월권”이라고 말했다.
○ 검찰 내부 ‘청와대의 꼼수’ 비판도
검찰 내부에서는 ‘청와대의 꼼수’라는 비판이 나온다. 재경지검의 한 검사는 “채 총장의 사표가 수리되지 않은 것은 다행”이라면서도 “청와대가 검사들의 집단행동이 사그라질 시간을 벌기 위해 꼼수를 부리고 있는 건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지적했다. 청와대가 사실관계를 규명하겠다고 한 만큼 결과를 지켜보자는 의견도 있다. 지방검찰청의 한 간부는 “청와대가 채 총장의 사표를 신속히 수리했다면 검사들의 반발이 더욱 커졌을 것”이라며 “검사들도 일단 집단행동을 자제하고 상황을 지켜보는 것이 순서”라고 말했다.
동정민·유성열 기자 ditt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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