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무대에서 영화 ‘관상’의 주연까지 10년의 시간이 걸린 조정석은 꿈을 이루기 위해 한 계단씩 밟아 올라가는 과정을 즐기고 있다.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트위터@beanjjun
■ 흥행돌풍 영화 ‘관상’ 주연, 조정석
시작은 뮤지컬 무대
영화계 문 두드리다
‘건축학개론’서 기회
단역 한번에 스타덤
‘관상’ 첫 주말 250만
후속 출연작도 사극
“애잔한 멜로 하고파”
연기자 조정석(33)의 요즘 관심사는 인테리어다.
지난해 소위 ‘스타덤’에 오른 조정석은 이후 차곡차곡 모은 돈으로 어머니와 함께 살 아파트를 최근에서야 장만했다. 사람들은 ‘강남으로 이사를 하느냐’고 묻지만 새 보금자리는 경기도 김포에 마련했다. 조정석은 “집을 어떻게 꾸밀지, 가구 배치는 또 어떻게 할지 엄청나게 고민하고 있다”며 웃었다.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난 스타처럼 보여도, 조정석은 올해 10년 차다. 첫 무대는 뮤지컬이었다. 그곳에서 8년을 보냈다. 대중에게 이름을 알린 건 지난해 영화 ‘건축학개론’. 고작 여섯 번만 등장하는 단역 ‘납뜩이’ 역을 연기한 조정석은 딱 1년 만에 드라마 주연으로 도약했다. 승승장구다. ‘관상’에선 송강호와 줄곧 호흡을 맞추는 ‘단짝’으로 나섰다. 이런 활약에 힘입어 혼자 힘으로 집도 마련했다.
“영화 오디션을 찾아다니면서도 아무런 성과가 나오지 않을 땐 ‘뮤지컬이나 잘하지, 거기 가서 뭐 하고 있느냐’는 소리도 많이 들었다. 그땐 수입도 없고, 속도 비었지만…, 자신감이 있었다.”
최근 1년 동안 조정석이 소화한 작품은 다섯 편. 8월 말 KBS 2TV 주말극 ‘최고다 이순신’을 끝냈고 한 달도 안 돼 ‘관상’을 내놓았다. 추석 연휴가 지나자마자 또 다른 사극 영화 ‘역린’ 촬영을 시작한다. 역시 기대작으로 꼽히는 영화다. 조정석은 ‘허허실실’ 모습을 보여준 ‘관상’의 잔향을 털어내고 잔혹한 킬러의 모습으로 ‘역린’을 채운다. ‘운’이 좋다고밖에 할 수 없는 캐스팅 행운이다.
‘관상’에 출연하면서도 정작 관상을 본 적이 없다는 조정석은 대신 자신의 사주에 대해서는 호기심을 갖고 있다. 얼마 전 본 사주에서는 “올해보다 내년이 더 좋을 팔자”라는 말을 들었다. “앞으로 2, 3년 동안 좋은 일이 많이 생긴다”는 말도 함께였다.
사진제공|주피터필름
● “애틋하고 애잔한 멜로에 갈증”
얼마 전 키우는 개와 함께 동물병원을 찾았던 조정석은 마침 여고생들과 마주쳤다. 자신을 알아보는 분위기가 여전히 익숙하지 않았다. 시선을 피해 빠른 걸음으로 걷는 자신을 발견하곤 새삼 ‘낯설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주변의 갑작스러운 관심을 감당할 수 없는 순간도 있다. (인기는)처음 겪는 감정이었으니까. 이젠 ‘나 사랑받고 있다’고 보여주고 싶은 마음도 생겼지만.(웃음) 그렇다고 우쭐할 일은 아니란 건 잘 알고 있다.”
“뮤지컬을 시작할 때부터 내 눈은 영화까지 향해 있었다. 공연과 영화를 유연하게 오가는 꿈을 꿔왔다. 그 꿈은 앞으로도 변하지 않을 것 같다.”
조정석이 꾸는 새로운 꿈은 애잔한 멜로 영화다. 갈증이 상당하다. 그는 “영화 ‘국화꽃 향기’ 같은”이라는 설명까지 곁들이며 자신의 바람을 구체적으로 드러냈다.
“아직도 ‘국화꽃 향기’의 주제곡 ‘희재’를 즐겨듣는다. 장진영 선배를 꼭 만나보고 싶다. 비록 세상을 떠나셨지만….”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트위터@madeinhar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