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태 감독. 스포츠동아DB
아직 시즌은 끝나지 않았고 LG가 1위로 시즌을 마칠지는 확실하지 않다. 그러나 김기태 감독(사진)은 사실상 LG를 11년 만에 포스트시즌 진출로 이끌었다. 이변이 없는 한 LG의 가을잔치 참가는 확정적이다.
지난 10년간 이론으로 무장한 노장부터 우승을 경험한 명장, 스타 출신에다 카리스마 강한 신인 감독 등 다양한 스타일의 감독이 있었지만 모두 4강에 실패했다. 그리고 LG는 ‘스타는 많지만 하나로 뭉치지 못해 성적을 내지 못한다. 모래알 팀이다’라는 말이 꼬리표처럼 따랐다. 그러나 지난해 43세 나이로 감독으로 데뷔한 젊은 지도자는 단숨에 선수단을 장악했다. 강하게 휘어잡았다면 이미 여기저기서 불평불만이 흘러 나왔겠지만 오히려 선수단 분위기는 밝아졌다.
15일 잠실에서 NC전을 앞두고 취재진은 ‘김 감독의 리더십은 어떤 색깔이냐?’는 질문을 했다. 김 감독은 웃으며 “나 스스로를 평가하기가 참 어렵다. 다만 그동안 스스로 품격을 지키며 살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진심 리더십’은 이런 모습이었다. 이호준은 “2000년 처음 한 팀이 됐는데 ‘2년 연속 20홈런을 치면 내방에서 풀어주겠다’는 말로 모든 것이 시작됐다. 외출도 못하게 하고 맥주도 한 방울도 주지 않았다”고 웃으며 “함께 방에서 스윙 훈련하고, 야구에 대해 토론하고. 원정만 가면 당시 우리 방에 팀 선수들이 우르르 몰려와 팀을 위해 함께 고민했다”고 추억했다.
김 감독과 2년 동안 진심으로 소통한 이호준은 2002년 4년 연속 20홈런을 치며 정상급 타자로 성장했다. 김 감독은 이날도 눈이 마주친 선수 한 명, 한 명에게 한마디씩 격려와 농담을 건넸다. NC 김경문 감독은 “올해 LG를 보면 선수들이 하나로 뭉쳐져 있는 것이 보인다. 경기를 뛰지 않는 선수가 덕아웃에서 흥을 낸다. 강팀의 조건이다”고 말했다. 김기태 감독의 ‘진심 리더십’이 바꾼 LG의 오늘이다.
잠실|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트위터 @rushlk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