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적완화 축소’ 한국경제 영향은… 전문가 15명 진단
하지만 미국의 출구전략은 저성장과 투자 저하로 신음하는 한국경제에 독(毒)이 될 개연성도 만만치 않다. 당장 1997년이나 2008년과 같은 외환위기 국면이 오진 않겠지만 외환 및 채권시장의 급변에 따른 부작용으로 실물경기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지나친 비관론 못지않게 과도한 자신감도 금물이라고 조언하고 있다.
○ 대외수출, 실물경기 둔화 우려
정부는 한국경제의 기초체력이 이전보다 탄탄하다는 점을 강조하며 인도 인도네시아 등 최근 금융 불안이 벌어지는 신흥국들과의 ‘차별화론’을 내세우고 있다. 실제 한국의 경상수지는 17개월 연속 흑자를 내고 있고, 단기외채 비중도 30%를 밑돌아 2000년대 들어 최저 수준을 보이고 있다. 이 밖에 외환보유액과 재정수지도 다른 아시아 신흥국들과 비교하면 양호한 모습이다.
선진국의 출구전략이 국내 금리 인상으로 이어지며 경기에 충격을 주는 시나리오도 있다. 시장에서는 비록 미국의 정책금리 인상은 내년 말 이후로 예상되지만 국내외 시장금리는 그에 앞서 들썩일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금리 인상은 경제 활력이 둔화돼 있고, 가계부채라는 폭탄도 안고 있는 한국경제의 현실에 ‘독약’이나 마찬가지다. 신민영 LG경제연구원 경제연구부문장은 “미국의 출구전략이 국내 시장금리 상승으로 이어지는 시차(時差)는 그리 크지 않을 것”이라며 “대출금리가 오르면 빚이 많은 가계에 부담이 되고 소생하는 기미를 보이는 부동산시장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일각에서는 만약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안이 확대되면 투자 ‘안전지대’로 평가받는 한국에서도 일부 자본 유출이 있을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 “순식간에 위기 올 수 있다”
전문가들은 한국의 경제 여건이 그 어느 때보다 튼튼한 것은 맞지만 안심하고 있을 때는 아니라고 지적한다. 소규모 개방경제인 한국은 글로벌 자금의 쏠림 현상에 따라 언제든지 위기 국면에 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도 “미국 경기 회복이 한국 실물경제에 도움이 되기까지는 상당한 기간이 걸릴 것”이라며 “장기 침체를 겪은 우리 경제는 기업과 금융시스템 부실이 상당히 진행돼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충격에 대한 적극적 대비가 필요하다”고 경고했다.
:: 양적완화(QE) ::
중앙은행이 국채 등 금융자산을 직접 매입하는 방식으로 시장에 자금을 공급하는 통화정책이다. 일반적으로 경기부양이 필요할 때 중앙은행은 기준금리를 낮춰 간접적으로 통화공급을 확대하지만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사실상 제로금리로 더이상 금리를 낮출 수 없게 되자 미국은 세 차례에 걸쳐 양적완화 정책을 동원했다.
● 전문가 명단 (15명, 가나다순)
세종=유재동 기자·한우신·이원주 기자 jarret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