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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4년 멕시코-아르헨티나 휘청… 이번엔 브라질-인도 위험

입력 | 2013-09-16 03:00:00

■ 신흥국 흔든 美출구전략 어제-오늘




세계 최대 경제대국인 미국의 출구전략은 과거에도 글로벌 경제 지형을 송두리째 바꾸는 ‘메가톤급’ 후폭풍을 몰고 왔다.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막대한 규모의 자금이 이 나라에서 저 나라로 옮겨 다니고 국제 유가와 원자재 가격이 요동치게 만들면서 세계 각국을 승자와 패자로 나누어 놓았다.

미국의 출구전략으로 신흥국 경제가 대혼란을 맞았던 사례는 1994년이 대표적이다. 당시 미국의 연방준비제도(연준·Fed)는 물가 상승 조짐이 나타나자 그해 2월 시장의 예상을 뛰어넘어 갑작스럽게 금리를 인상하는 등 1년 동안 5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3%포인트 인상했다.

금리 인상에 따른 채권 가격 하락으로 큰 손해를 입은 선진국 투자자들이 앞다퉈 해외 투자금을 회수하자 신흥국들은 도미노처럼 무너졌다. 멕시코와 아르헨티나 증시는 미국 출구전략 1년 만에 반 토막이 났으며 멕시코는 외환위기에 빠졌다. 남미 경제위기는 3년 뒤인 1997년에는 한국과 태국, 인도네시아 등 아시아 신흥국까지 번지면서 아시아 외환위기로 이어졌고 이듬해인 1998년에는 러시아가 ‘모라토리엄(지불 유예)’을 선언하기도 했다.

반면 미국은 1996년부터 ‘골디락스(낮은 물가상승률과 높은 경제성장률이 지속되는 것)’를 누렸다. 독일 등 유럽 선진국 역시 미국의 장기 호황에 따라 수출 증가 등의 과실을 함께 맛보았다.

2004년 부동산시장 버블 우려 등으로 미국이 2년간 기준금리를 연 1%에서 5.25%로 4.25%포인트 인상했을 때는 금융시장의 혼란이 적었다. 연준이 출구전략에 대한 사전예고를 한 덕분이다. 하지만 브라질과 아르헨티나 등 일부 신흥국 경제는 큰 타격을 입었다.

경제전문가들은 이번 미국의 출구전략은 연준이 양적완화 종료를 수개월 전부터 예고해 왔다는 점에서 1994년보다는 2004년과 비슷한 흐름을 보일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선진국들이 경기부양을 위해 유례없는 수준의 막대한 자금을 글로벌 금융시장에 공급해 왔던 만큼 경제 기초체력이 달리는 일부 신흥국 경제가 흔들릴 가능성이 높다.

KB경영연구소는 15일 내놓은 보고서 ‘10대 신흥국 건전성 분석’에서 “외환 건전성 등이 취약한 브라질과 인도, 남아프리카공화국이 가장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밝혔다.

● 전문가 명단 (15명, 가나다순)

권구훈 골드만삭스 전무 김익주 국제금융센터 원장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 김주현 현대경제연구원장 김형태 자본시장연구원장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 신민영 LG경제연구원 경제연구부문장 오정근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 윤창현 한국금융연구원장 이종우 아이엠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장재철 씨티은행 수석 이코노미스트 정용택 KTB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조동철 한국개발연구원(KDI) 수석 이코노미스트 하성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 황인성 삼성경제연구소 글로벌연구실장

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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