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6일부터 신청사건도 전자소송
A 씨는 이를 위해 법원을 찾았지만 신청에 필요한 등기부등본과 등록면허세 등 관련 세금을 관할 구청에 낸 각종 증명서를 갖고 오지 않아 헛걸음을 했다. A 씨는 다음 날 구청과 보증보험회사 영업점 2, 3곳을 들러 관련 서류를 준비한 뒤 다시 법원을 방문해 서류를 제출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재판부가 관련 서류가 더 필요하다는 명령을 내리는 바람에 A 씨는 서류 제출을 마치지 못한 채 불안한 마음을 안고 출국해야 했다.
앞으로는 A 씨처럼 소송 절차 때문에 법원을 여러 번 오가거나 해외에 있을 때 불편을 겪는 일이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대법원은 2010년 4월 특허사건에 대한 전자소송 서비스를 처음으로 시작한 데 이어 16일 0시부터는 시급히 해결해야 하는 가압류와 가처분 등 신청 사건에까지 전자소송 서비스를 확대 시행한다고 15일 밝혔다. 사실상 형사재판과 파산재판을 제외한 모든 재판이 전자소송으로 시행되는 셈이다.
이미 민사소송은 재판에 필요한 모든 서류를 전자문서화해 시스템상에서 열람할 수 있게 돼 있다. 변론에 제출할 서류도 인터넷으로 업로드만 하면 돼 서류 송달 등에 걸리는 시간을 대폭 절약할 수 있게 됐다. 소송 당사자 또한 실시간으로 재판기록을 언제 어디서든 열람할 수 있는 구조다.
이처럼 제출 서류가 줄어들고 절차가 간단하다는 이점 때문에 전자소송 신청 사건 수는 대폭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민사소송의 경우 지난해 기준 1심 접수 건수가 약 100만 건이었는데 이 중 45%가 전자소송으로 진행됐다. 대법원 측은 가압류와 가처분 등 신청 사건이 지난해 약 80만 건에 이른 점을 볼 때 내년에는 ‘전자소송 100만 건 시대’가 열릴 것으로 보고 있다.
또 민사 본안사건의 경우 지금은 사건 당사자 모두가 소송 진행 상황을 알 수 있도록 하고 있지만 상대방에게 알리지 않고 신속히 처리해야 하는 가압류나 가처분 사건에 대해서는 집행이 완료될 때까지 채무자가 진행사항을 열람할 수 없도록 시스템을 개선했다. 채권자가 채무자에 대해 가처분신청을 낼 때 필요한 담보제공 명령 등에 대해서도 e메일이나 문자메시지로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어 시간을 다투는 가압류·가처분 사건을 좀 더 신속하게 처리할 수 있다.
전자소송이 확대되면서 소송 1건당 100쪽 이상의 서류가 전자문서화됐다. 이로 인해 수천만 쪽에 이르는 서류의 생산·보관·유통 비용을 절감할 수 있게 됐다. 이는 매년 소나무 273만 그루를 심는 것과 같은 효과다. 대법원에 따르면 민사 전자소송 시행 이후 2011년 5월부터 올해 7월까지 약 1808억 원의 비용이 절감된 것으로 추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