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BM 전용 가능… 재무장 우려 증폭 소형-경량화로 발사비용 크게 줄여
일본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는 14일 오후 2시 가고시마(鹿兒島) 현 기모쓰키(肝付)의 우주공간관측소에서 ‘엡실론’ 1호기를 발사했다. 로켓 발사 약 1시간 후 엡실론에 실려 있던 태양계 행성 관측용 위성 ‘스프린트A’가 우주 궤도에 진입했다. 스프린트A는 이날 오후 4시경 일본 상공을 통과했다. JAXA는 “태양전지 패널이 정상적으로 열려 있고 자세에도 문제가 없다”고 발표했다. 엡실론 발사가 성공한 것이다. 일본의 고체연료 로켓 발사는 2006년 9월 이후 약 7년 만이다.
일본 언론은 15일 신문 1면에 엡실론 발사 성공 사실을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인구 1만7000명의 가고시마 현 기모쓰키에는 엡실론 발사 장면을 보기 위해 14일 약 2만 명이 몰렸다. 200인치 대형 스크린을 통해 발사 장면을 생중계한 도쿄(東京) 고토(江東) 구 일본과학미래관에도 1000여 명이 모였다.
일본은 엡실론 발사 성공으로 ‘저비용 로켓’이라는 새로운 우주개발시대를 열었다. 엡실론은 JAXA와 일본 기업 IHI 에어로스페이스가 205억 엔(약 2358억 원)을 들여 공동 개발했다. 발사비용은 38억 엔. 일본 간판 로켓인 ‘H2A’ 발사 비용의 3분의 1 수준이다.
소형화와 경량화에도 성공했다. 3단 로켓인 엡실론은 길이 24.4m, 지름 2.6m, 무게 91t이다. 이전 일본의 고체연료 로켓인 M5과 비교하면 길이는 6.3m, 무게는 48t 줄였다. 대량생산도 쉬워진 것이다.
일본은 엡실론 개발을 통해 소형위성 발사 시장에서 주도권을 쥘 계획이다. 오쿠무라 나오키(奧村直樹) JAXA 이사장은 “소형의 저가 위성 발사 시장에 엡실론을 선보이겠다”고 말했다. 특히 우주항공에 관심이 많은 신흥국의 발주 요청이 잇따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엡실론은 언제든 군사용으로 쓰일 수 있어 주변국들의 우려가 크다. 고체연료 로켓은 특수차량에 실어 옮길 수 있고 짧은 시간에 발사할 수 있어 주로 ICBM으로 쓰인다. 로켓에 위성이 아니라 폭탄을 실으면 ICBM이 되는 것이다.
일본 우주개발 전문가인 김경민 한양대 교수는 “엡실론은 언제든 무기로 전용될 수 있다”며 “일본 국산 기술로 개발한 데다 발사비용을 낮추고 대량생산도 쉬워 군사적 의미가 작지 않다”고 말했다.
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