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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평양의 태극기와 애국가, 北 변화의 미풍인가

입력 | 2013-09-16 03:00:00


남북 분단 이후 처음으로 평양에서 태극기가 게양되고 애국가가 울려 퍼졌다. 북한은 14일 평양 유경정주영체육관에서 열린 ‘2013 아시안컵 및 아시아 클럽역도선수권대회’에 출전한 한국 선수가 1, 2위를 차지하자 국제 경기의 규칙대로 시상식을 진행했다. 북한 관중은 태극기가 올라가고 애국가가 연주되는 동안 기립했고, 북한 조선중앙TV는 하루 뒤 7초가량 녹화 방영했다. 북한의 대남(對南) 정책이 합리적으로 변하는 게 아닌가 하는 기대가 생긴다.

북한은 그동안 우리 태극기와 애국가에 대해 극도로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였다. 2008년 평양에서 열릴 예정이던 ‘2010 남아공 월드컵 축구 아시아 예선’의 남북한 경기가 북한 반대로 중국 상하이에서 진행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북한 당국이 TV로 중계되고 수만 명의 관중이 지켜보는 가운데 애국가를 연주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아 경기 장소가 제3국으로 변경됐다. 상호주의 측면에서도 북한의 애국가와 태극기 거부는 옹졸했다. 남한은 국내에서 개최하는 스포츠 행사에 북한이 참가할 경우 예외 없이 인공기 게양과 북한 국가 연주를 허용해 왔다. 2002년 부산 아시아경기대회를 비롯해 국내에서 열린 각종 스포츠 행사에 출전한 북한 선수들은 우리 관중의 아낌없는 환영을 받았다.

북한이 금과옥조(金科玉條)처럼 여기는 10·4 공동선언에도 ‘남과 북의 상호 존중’ 항목이 분명히 들어 있다. 평양에서 등장한 애국가와 태극기가 북한의 변화를 보여주는 것이라면 그 의미가 작지 않다. 박근혜 대통령이 추진하는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도 원칙을 지키면서 작은 곳에서부터 신뢰를 쌓아 남북 관계를 풀어보자는 것이다.

개성공단이 남북한의 합의에 따라 오늘 166일 만에 다시 가동된다. 박근혜 정부가 출범한 이후 첫 남북 이산가족 상봉행사도 25일 열린다. 북한이 적대정책을 버리고 대화를 통한 협력에 호응한다면 남북 관계에 훈풍이 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