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기 제보 받은 자료들 실제 위치를 찾아서 따로 조달할 수는 없어?"
"일단 서비스 종류가 달라요... 그래서 새로 웹 페이지를 만들어서 데이터베이스 구축하려고요"
"웹 페이지를 새로 만들면 기존 수준보다 도달률이 떨어지지 않을까?"
블루버튼 이한종 이사를 만나러 갔던 날은 그가 현재 멘토로 활동하고 있는 스마틴앱챌린지(이하 STAC) 회의장소였다. STAC는 SK플래닛과 중소기업청이 주관하는 고등학생 앱 개발 경진대회로, 앱 개발 특성화 고등학교 및 일반고 학생들이 참가해 아이디어를 제안하고 실제 개발까지 이어질 수 있게 하는 행사다.
블루버튼은 스타트업에 투자하고 육성하는 회사로, 이한종 이사는 자신의 직업적 장점을 살려 고등학생들을 지도하고 있었다. 실제로 지난해 열린 STAC에서 맡은 팀 중 하나가 1위를 차지했다고 한다.
이날 전국 각지에서 모인 고등학생들은 지금까지 진행된 개발 상황과 멘토의 피드백을 통해 수정 및 변경된 내용을 발표하고 앞으로 일정에 대해 회의했다. 또한, 이한종 이사는 각 팀별로 어떤 것이 필요한지, 계획을 어떻게 진행할 것인지 등을 구체적으로 조언했다.
필자가 이날 본 모습은 단순히 아이디어만 구상하는 정도가 아닌, 실제로 디자인, 기획, 개발을 분담하고 업체와 연락해 API를 구하고, 시장분석과 수익모델을 설계하는 등 실제 개발 회의를 방불케 했다.
구미 금오고등학교에서 온 학생들은 인디 공연, 인디 아티스트를 위한 서비스를 구상했다. 현재는 정보제공을 위주로 관한 서비스를 구상하고 있으며, 궁극적으로는 사람들이 원하는 공연을 펀딩을 통해 실현할 수 있는 서비스로 만들자는 아이디어다.
'에그머니(egg money)'라는 아이디어는 아침에 일어나야 할 '동기'를 줘서 확실하게 깨울 수 있는 알람 앱이다. 기존 알람 서비스에 리워드 앱을 접목시킨 것이다. 여기에 소셜 기능을 통해 친구들끼리 일어난 순위를 메긴다.
여고생 개발자들로만 구성된 팀도 있었다. 그들은 20대 남성을 대상으로 그들에게 맞는 패션, 피부관리, 헤어스타일 등을 미용/패션 전공자가 직접 지도해줄 수 있는 '남대상의 멋'이라는 서비스를 개발 중이다.
'베이스 플레이스'라는 아이디어는 야구 중계 앱은 많지만, 야구 정보에 관한 앱은 전무하다는 관점에서 출발한 아이디어다. 구단과 구장의 역사, 야구장 날씨정보, 주차장 위치정보, 제2 구장/퓨처스리그 구장 정보 등 야구 관람객에게 필요한 정보를 제공한다는 것이다. 특히 이들은 이 서비스를 기반으로 창업도 구상하고 있다.
이한종 이사는 각 팀의 팀장에게 '매의 눈'과 '병아리의 부리'를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매는 시야가 넓습니다. 팀장은 매처럼 거시적인 관점에서 프로젝트 전반을 볼 수 있어야 하고, 기획, 개발, 마케팅/유통까지 모두 머리에 넣고 있어야 합니다. 한편으로 병아리의 부리를 가지고 팀원들이 각자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정확하게 알고 섬세하게 챙겨줄 수 있어야 합니다."
스타트업 인큐베이터, 블루버튼 이한종 이사
앞서 말한 것처럼 블루버튼은 스타트업을 발굴하고 육성하는 회사다. 현재 투자중인 스타트업은 '빙글'이라는 SNS서비스다. 빙글은 관심사 기반의 소셜 큐레이션 서비스로, 미국 실리콘밸리서 글로벌 동영상 사이트 '비키(Viki)'로 인기를 끌었던 호창성/문지원 부부가 두 번째로 도전하는 서비스다.
이한종 이사는 블루버튼을 설립하기 이전 두 번의 창업 경험이 있다고 말했다.
"두 번의 창업을 통해 느낀 것은 한국에는 스타트업이 성장하기 위한 인프라가 잘 구축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최근에야 기업이나 정부 차원에서 움직이기 시작했지만, 아직 부족한 것이 현실이죠. 이런 이유에서 블루버튼을 창업하게 됐다. 그리고 나와 함께 블루버튼을 공동 창업한 사람들은 실제로 내(이한종 이사) 창업 아이템에 투자하려고 했던 사람들고요."
특히 그는 투자 대상에게 더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다른 관점에서 알려줄 수 있다. 현재 시장에는 스타트업 투지 컨설턴트 들이 많다. 이들은 스타트업의 생태를 잘 모른다지만, 그에게는 실제 창업경험이 많기 때문에 더 자세하고 세밀한 부분까지 알려줄 수 있는 것이다.
"내 콘텐츠와 내 회사로 일하는 것도 재미있지만, 다양한 아이템을 발굴하고 키우는 일도 그만큼 재미있어요. 회사의 가치가 40억인 스타트업에 투자했을 때, 그가 성장해 100억 원 이상의 가치를 창출했을 때 더 기쁩니다. 이런 이유에서 투자 대상에게 '대박 앱을 만들라'고 요구하는 것보다 '회사의 가치를 더 높여라'고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고요."
STAC에 참여한 것도 이것과 비슷한 이유라고 한다. 미래에 구축될 국내 시장환경에서 일할 수 있는 인재를 장기적으로 육성하겠다는 것이다.
"현재 고등학생이 창업할만한 나이가 되면 스타트업을 위한 인프라가 잘 구축돼 있을 것이고, 그렇기 때문에 현재 고등학생들을 잘 키워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나는 학생들이 고민하고 나가야 할 방향에 관해 이론적인 것보다 실제 경험을 들려줄 수 있죠."
한국적인 스타트업 문화와 인프라를 구축해야 할 필요성도 강조했다.
"보통 IT하면 '실리콘 벨리'인데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등의 글로벌 벤처가 등장하려면 한국에도 '실리콘벨리'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즉 스타트업이 나올 수 있는 생태계가 필요하죠. 특히 제가 최근에 관심을 갖고 있는 사회적 기업, 공유경제 부분의 스타트업 환경은 더 열악하고요. 꼭 실리콘 벨리를 따라가자는 것이 아니라 한국적인 스타트업 문화와 인프라를 구축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여기에는 투자 인프라나 창업 육성, 창업에 대한 인식 제고, 실패에 대한 구조적인 대처방안 등이 함께 묶여야 하겠죠."
그는 인터뷰를 마치며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을 이렇게 요약했다. "저는 스타트업 하나만 만들겠다고 이 일을 하는 것이 아닙니다. 스타트업을 키워 고용을 창출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겠다는 것입니다. 현재 스타트업 육성을 위한 자생적 인프라가 나타나고 있는데, 대기업, 정부 등도 나서서 이를 육성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글 / IT동아 이상우(lswoo@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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