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쿠르트 블라드미르 발렌틴(29)이 15일 쏘아올린 일본프로야구 한 시즌 최다 홈런 신기록인 56호 공은 한신 타이거즈 팬의 손에 들어갔다가 다시 주인에게 돌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니칸스포츠에 따르면, 이 공을 주운 행운의 주인공은 회사원 나루오카 쇼 씨. 야구장에 늦게 도착했던 그는 백스크린 쪽에서 자기 좌석을 찾고 있었는데 큰 환호성이 터졌고, 발밑으로 야구공 하나가 굴러왔다고 한다. 나루오카 씨는 장내 방송을 통해 신기록 볼이라는 사실을 알았지만, “머릿속이 하얘서 (공을) 잡으려고도 생각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승엽이 2003년 세운 아시아신기록 볼을 잡기 위해 전국의 구장에 잠자리채가 넘쳐났던 것에 비해 일본은 조용히 신기록을 기다리는 편이었다. 그러나 발렌틴의 기념구는 가치가 있어 만약 팬이 가져간다고 하면 강압적으로 달라고 할 수 없는 게 현실이었다. 나루오카 씨는 “선수에게 기념적인 볼이니까 선수에게 주는 게 맞다”며 선뜻 공을 내놨다. 발렌틴은 경기 후 구장 내 접견실에서 직접 나루오카 씨를 만나 사인공과 방망이 등을 주며 기념구를 챙겼다. 발렌틴은 나루오카 씨가 입은 한신 티셔츠를 보고 “노 타이거즈”라고 농담을 하며 분위기를 화기애애하게 만들었다는 후문이다.
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 트위터 @hong9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