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분기 설비투자 줄이며 부채 축소… 민간기업은 3조8188억 남아돌아가계 소비-부채는 증가세로 전환
기업들의 자금 상황이 8년여 만에 가장 호전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외 경기 불확실성이 확대되자 기업들이 설비투자를 줄이면서 자금을 외부에서 빌릴 필요성이 줄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이 16일 내놓은 ‘2분기 중 자금순환’ 자료에 따르면 2분기(4∼6월) ‘비금융 법인기업’의 자금 부족은 1조2684억 원으로 1분기(1∼3월)의 7조5017억 원보다 6조2333억 원 줄었다. 이는 ‘신용카드 대란’ 여파로 기업의 투자가 급격히 위축됐던 2004년 4분기(10∼12월) 6600억 원 이후 8년 2분기 만에 가장 작은 규모다. 특히 공기업을 제외한 민간기업만 보면 오히려 3조8188억 원가량 돈이 남아돌았다.
‘자금 부족’이란 은행 대출 등 외부에서 빌린 자금에서 보유하고 있는 현금과 예금 등 금융자산을 뺀 것이다. 통상 기업은 생산 활동에 필요한 돈을 금융시장에서 조달해 충당하므로 일반적으로 자금 부족 상태에 있다.
한편 기업들이 투자를 기피하면서 대기업 그룹의 유동자산이 최근 2년 사이 20%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감독원과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총수가 있는 10대 그룹 81개 상장사의 유동자산은 6월 말 현재 252조3191억 원으로 2011년 6월 말(207조185억 원)보다 21.9% 증가했다. 유동자산은 현금과 예금, 유가증권 등 1년 안에 현금으로 바꿀 수 있는 자산을 의미한다.
그룹별로는 삼성의 유동자산이 2011년 6월 말 60조1755억 원에서 올해 6월 말 85조9005억 원으로 42.8% 늘어나 증가 폭이 가장 컸다. 특히 삼성전자의 유동자산은 같은 기간 65.7%나 늘었다. 이어 롯데(35.3%), 한화(26.8%), 현대자동차(23.9%), 한진(13.4%) 등의 순이었다. 10대 그룹 가운데 두산이 유일하게 유동자산이 감소(10.1%)했다.
이처럼 기업들의 유동자산이 늘어난 것은 기업들이 투자를 기피하고 벌어들인 돈을 쌓아두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2분기 국내 총투자율은 24.9%로 전분기 대비 1.9%포인트 떨어졌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가 가시지 않던 2009년 2분기(23.9%) 이후 가장 낮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