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동욱 검찰총장의 혼외(婚外) 아들 논란이 정치 공방으로 번지면서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격이 됐다. 정작 혼외 아들이 있느냐는 논란의 본질은 사라지고 음모론만 무성하다. 박지원 민주당 의원은 어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회의에서 채 총장 사찰을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실에서 주도했다고 주장하면서 논란을 확산시켰다. 청와대는 전혀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이런 가운데 박근혜 대통령이 어제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 김한길 민주당 대표와의 3자 회담에서 채 총장 논란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밝혔다. 박 대통령은 황교안 법무부 장관이 감찰권을 행사한 것은 “진실을 밝히는 차원에서 잘한 일”이라고 말했다. 채 총장이 의혹에 대해 적극적으로 해명하지 않은 데 따른 당연한 조치라는 얘기다. 그러면서 “채 총장에게 진실을 밝힐 기회를 주겠다”고 했다. 사실 규명 때까지는 사표를 수리하지 않겠다는 뜻을 명백히 한 것이다.
공은 채 총장에게 넘어갔다. 법무부는 어제 채 총장에 대한 감찰에 본격 착수했다. 하지만 법무부는 수사권이 없다. 채 총장이 협조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밝혀 낼 수 없다. 채 총장은 최고 사정기관의 수장으로서 당당하게 감찰 조사에 응해야 한다. 사실 규명의 핵심 열쇠인 유전자 검사를 위해 혼외 아들의 어머니로 지목받은 임모 씨를 설득하는 것도 채 총장의 몫이다. 진실을 규명하고자 하는 채 총장의 노력이 없다면 더는 그의 말을 믿기 힘들다.
채 총장의 협조를 받아 법무부의 감찰 결과가 나오면 사태는 가닥을 잡을 수 있다. 이와 별도로 청와대나 국정원이 채 총장을 끌어내리기 위해 뒷조사를 했는지, 황 장관 등이 사퇴를 압박했는지, 조사 과정에서 임 씨와 그 아들 등 민간인의 개인정보가 불법 유출됐는지 등은 국회에서 관련자들을 불러 따져 물어야 한다. 어제 법사위가 열렸지만 새누리당은 참석하지 않았다. 관련 의혹이 사실이 아니라면 아닌 대로 주장하고 대응하는 것이 여당의 의무다. 행정부의 권력 남용을 견제하는 일은 여야를 떠나 국회의 존재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