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첫 여성 총리로 취임해 3선이 확실시되는 메르켈의 정치를 메르켈벨리아니즘(Merkelvellianism)이라고 영국의 이코노미스트지(誌) 최신호가 소개했다. 500년 전 ‘군주론’을 완성한 마키아벨리의 정치이념 마키아벨리아니즘(마키아벨리즘이라고도 하지만 메리엄웹스터 사전에서 ‘마키아벨리즘’을 찾으면 ‘마키아벨리아니즘을 보시오’라고 나온다) 앞에 메르켈을 붙인 신조어다. 정치는 도덕과 관계가 없다. 이념에 붙들릴 일도 아니다. 설령 안 좋은 수단을 쓴다고 해도 정치적 목적을 이룬다면 정당하다는 마키아벨리아니즘의 메르켈판(版)이다.
▷우리는 마키아벨리를 권모술수의 대명사로 여기는 경향이 있다. 이코노미스트는 메르켈이 인기와 신뢰를 한 몸에 받는, 세계에서도 보기 드문 리더라고 높게 평가했다. 유럽 최강의 경제, 20년래 최저의 실업률은 기본이다. 수더분하고 검소한 이미지로 ‘재정위기 남부유럽에 내 세금을 퍼붓는 게 아닐까’ 불안해하는 독일인들을 유럽 무대에서 보호하는 모습은 천생 억척엄마다. 선거운동 중 심각한 이슈는 쏙 빼놔 국민을 정치적 무뇌아로 만든다는 비판도 있지만 뭐 어떠랴, 국익과 공동선을 위해서라면.
김순덕 논설위원 yur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