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보다 고용 중시… 중앙銀서 잔뼈 굵어
경제 전문가들은 옐런 부의장의 강점으로 △오랜 연준 경험이 있고 △정책 집행의 연속성이 있으며 △뛰어난 분석력을 갖고 있는 데다 △시장과 학계가 우호적으로 평가하는 점을 꼽았다. 1977년 이코노미스트로 연준에 데뷔한 그는 연준 이사(1994∼1997년), 샌프란시스코 연준 총재(2004∼2010년), 연준 부의장(2010년∼현재) 등 오랜 경험을 바탕으로 속사정에 정통한 인물. 양적완화 등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연준이 시행하고 있는 비(非)전통적인 통화정책에도 능하다. 특히 옐런 부의장은 물가 안정을 최우선 목표로 삼는 대다수 중앙은행 관계자와 달리 고용을 중시한다.
그는 예일대 재학 당시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이자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의 경제자문을 지낸 제임스 토빈 교수 밑에서 수학했다. 그러면서 실업난 해결을 위한 정부의 역할을 강조하는 토빈 교수의 영향을 강하게 받았다. 그는 남편이자 중고차 시장의 정보 불균형을 다룬 소위 ‘레몬 이론’으로 2001년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조지 애컬로프 UC 버클리 교수(73)와 함께 수차례 “정책 당국이 실업 문제 해결에 나서야 한다”는 취지의 논문을 집필했다.
옐런 부의장은 올해 1월 공개된 2007년 6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록에서도 ‘부동산 과열이 심각하지 않다’고 언급한 벤 버냉키 연준 의장에 맞서 “주택시장의 위험이 계속되고 있다”며 강력한 대응을 주문한 것으로 드러났다. 금융위기의 선제 대응에 실패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버냉키 의장과 대비되는 모습이다.
애컬로프 교수와 2001년 노벨 경제학상을 공동 수상한 조지프 스티글리츠 컬럼비아대 교수, 앨런 블라인더 전 연준 부의장, 크리스티나 로머 전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CEA) 위원장 등 미국의 저명 경제학자 등 350명도 11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에게 ‘버냉키의 후임자로 옐런을 지명해 달라’고 서한을 보내는 등 전폭적인 지지를 보내고 있다. 이들이 이례적으로 단체 행동에 나선 것은 정확한 경제 전망을 바탕으로 선제적 통화정책을 집행하는 것이 중앙은행의 존재 이유이며, 옐런 부의장이 최고의 적임자라고 평가했기 때문이다. 스티글리츠 교수는 7일 뉴욕타임스에 ‘서머스가 아니라 옐런이 연준을 이끌어야 하는 이유’라는 장문의 글을 기고한 바 있다.
그가 의장 후보로 지명되면 상원 인준도 무난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의원 54명 가운데 3분의 1은 7월 차기 의장으로 옐런 부의장을 지명하라는 청원서를 오바마 대통령에게 보낸 바 있다.
하정민 기자 dew@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