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지완 사회부 차장
지난해 4월 19대 총선 출마를 앞두고 2011년 말 그가 펴낸 책이 ‘첫 번째 펭귄은 어디로 갔을까?’이다. 그가 말하는 첫 번째 펭귄은 불확실하고 위험한 상황에서 도전과 변화를 선택한 리더다. 바다표범 등 물 속 천적이 무서워 뛰어들기를 주저하는 펭귄 무리 속에서 과감히 바다에 몸을 던져 동료들을 이끄는 펭귄이라는 뜻이다. 그의 책 곳곳에서 경찰대 출신이라는 자부심이 묻어난다.
경찰대 선두주자로 꼽히는 첫 번째 펭귄들의 시대가 저물고 있다. 윤 의원에 이어 올해 4월 서천호 전 경찰대학장, 강경량 전 경기경찰청장, 이강덕 전 해양경찰청장 등 경찰대 1기 출신들이 경찰청장에 오르지 못하고 줄줄이 조직을 떠났다. 이들은 모두 경찰대 후배들로부터 ‘경찰청장감’이라는 평가를 받았었다. 일각에선 이런 상황을 ‘경찰대의 굴욕’이라고 깎아내리지만 기자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경찰대의 치안총수 배출은 시간문제일 뿐이다. 경찰대 출신은 한 해 120명씩 경찰공무원, 그것도 경위라는 계급으로 임용돼 경찰의 요직을 사실상 독차지하고 있다. 한 해 50명씩 들어오는 간부후보생, 5명 안팎 특채되는 고시 출신들이 “조만간 경찰대 출신에게 질식사당할 것”이라는 위기감을 갖는 게 결코 과장이 아니다. 경찰 조직의 95%를 차지하고도 경찰대 출신들에게 자신의 운명을 맡겨야 하는 순경 출신들의 사기 저하는 중증 만성질환에 가깝다.
한때 ‘경찰의 엘리트’라는 평가를 받다가 이제는 개혁의 대상이 된 경찰대 출신들은 억울해한다. ‘도대체 우리가 잘못한 게 뭐냐’는 항변이다. 그러나 이들이 의도한 바는 아닐지라도 ‘경찰대 ○○기’라는 선후배 관계로 묶여 조직의 대다수를 비(非)주류로 소외시켰다는 지적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경찰대 출신의 요직 독점은 갈수록 심화되고, 이에 비례해 경찰대를 안 나온 조직원들과의 갈등도 커질 수밖에 없어 보인다.
국민은 경찰이 건강해져 치안현장을 잘 지키길 바란다. 그러려면 소수의 엘리트 경찰 외에 치안현장에서 피해자의 억울함을 풀어주는 민생 경찰도 대우를 받아야 마땅하다. 남극 바다를 펭귄이 독점한다면 펭귄은 물론 바다 생태계 전체가 얼마나 큰 희생을 치러야 할지는 자명하다.
차지완 사회부 차장 ch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