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속 보약’… 한가위 고향의 맛이여!알 단단하고 굵어 소비자에 인기, 멜라토닌 많아 숙면-노화방지 효과
껍질을 깐 토란을 먹기 좋게 잘라 무, 쇠고기 등과 함께 들기름에 볶아 육수를 넣고 끓인 토란국은 입에서 살살 녹는다. 요리법은 지방에 따라 조금씩 다르지만 흰 쌀밥과 찰떡궁합이다.
토란(土卵)은 ‘땅(土)에서 자라는 계란(卵)’이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 이름만큼이나 영양이 풍부해 ‘흙의 둥근 보약’으로도 불린다. 예로부터 토란을 먹으면 소화가 잘되고 변비를 고친다고 했다. 떡과 고기 등 과식을 하다 배탈이 나기 쉬운 추석 연휴에 소화제 역할을 하는 셈이다.
곡성이 토란의 주산지가 된 것은 1982년부터 죽곡면에서 토란을 본격 재배해 판매하면서부터다. 그 전까지만 해도 일반 농가에선 집에서 먹거나 제사상에 쓸 소량의 토란만 키웠다. 특히 곡성은 일교차가 큰 기후 특성이 있어 다른 지역에 비해 토란이 단단하고 고소하다는 평이다. 30년째 토란을 재배하고 있는 기록도 씨(52·죽곡면)는 “곡성은 토란 상업화를 가장 먼저 시작해 재배 기술이 축적됐다”며 “알이 작은 토란은 껍질을 벗기기가 힘들어 굵은 토란이 좋은 평가를 받는다”고 말했다.
토란은 3, 4월에 심어 9, 10월에 수확한다. 알줄기(토란), 줄기, 잎을 모두 먹을 수 있다. 동남아시아가 원산지지만 고려시대 의약서인 ‘향약구급방’에 수록돼 있을 정도로 오래전부터 우리 땅에서 재배됐다. 조선시대에는 보릿고개나 흉년을 견디는 소중한 먹을거리이기도 했다.
토란 껍질은 까칠까칠해 벗기기가 힘들다. 이 때문에 생토란이 kg당 3000원이면, 껍질이 제거된 깐 토란은 kg당 9000원으로 값이 비싸다. 곡성 토란 재배 농가들은 기계로 껍질을 벗겨 판매하고 있다.
토란 껍질을 벗길 때 나오는 미끈미끈한 액체에는 다양한 기능성 성분이 들어 있다. 몸의 생체시계를 움직이는 식물성 호르몬인 멜라토닌이 많이 함유돼 숙면, 노화 방지, 우울증 해소에 효능이 있다. 김기명 호남대 식품영양학과 교수는 “토란은 쌀, 감자 등보다 많은 기능성 성분(당)이 함유돼 있다. 이런 성분이 소화를 돕거나 위장을 보호하는 기능을 한다”고 설명했다.
곡성=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