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석 스포츠부 차장
10회째를 맞은 올해에는 작은 사건이 일어났다. 세계 랭킹 450위 이예라(NH농협)가 16일 세계 140위의 러시아 선수를 꺾었다. 자력 승리까지 10년이 걸린 셈이다. 경사로 받아들일 만하지만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는 이예라의 소감처럼 한국 여자 테니스의 현실은 여전히 답답하다. 한국은 세계 300위 이내 선수가 전무한 반면 중국은 200위 이내 선수가 7명, 일본은 12명, 태국은 5명에 이른다. 대만도 300위 이내에 3명이 있다.
한때 아시아를 호령하던 한국 여자 테니스가 추락한 것은 국내에만 안주하면서 국제무대를 향한 도전의식이 사라진 탓이다. 한 테니스인은 “돈 쓰고 고생하면서 외국에 나갈 이유가 없다. 실업팀에서 전국체육대회 같은 국내 대회만 뛰어도 수천만 원의 계약금에 연봉도 그 이상 받는다”고 지적했다. 한 팀에서 2년을 뛰고 나면 이적할 수 있게 되면서 일부 선수가 철새처럼 이 팀 저 팀 옮겨 다니는 부작용까지 낳았다.
이 대회 톱시드인 세계 4위 아그니에슈카 라드반스카(폴란드)는 “테니스 수준을 월드 클래스로 끌어올리는 일은 어렵다. 장기적으로 내다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다행히 이형택과 조윤정을 세계적인 선수로 길러낸 주원홍 전 삼성증권 감독이 올해 대한테니스협회장에 부임하면서 새 바람을 불어넣고 있다. 강산이 한 번 변할 세월 동안 쳇바퀴를 돈 한국 테니스는 더 늦기 전에 국제 경쟁력 강화를 위한 선수 육성, 제도 개선 등에 힘을 합칠 때다.
김종석 스포츠부 차장 kjs012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