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1년 방송을 시작한 KBS ‘6시 내 고향’. 20여 년 사이 고향도 많이 변했다. 농어촌의 모습을 긍정적으로 그린다는 취지는 이해하지만 말이다. KBS 제공
서울에서 살기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던 스무 살 즈음, 나는 위와 같은 질문을 들으면 자주 발끈했다. “○○시는 시골이 아닌데요.” 내 고향은 인구 30만 명 가까이 되는 행정구역상 ‘시’에 속했다.
그러다 나중에 알았다. 서울 외 지역은 모두 ‘시골’로 불린다는 것을. 서울 사람들에겐 부산도, 광주도 모두 ‘범시골’이다. 지속적인 도시화로 국민 10명 중 9명이 도시에 살고 있지만 ‘지방=시골’인 언어 습관은 여전하다. 요즘도 온라인에서 ‘시골’ 출신 누리꾼들이 나와 비슷한 심정을 토로한 글을 목격한다.
비슷한 이유로 예능프로 ‘1박2일’ 역시 탐탁지 않을 때가 많다. 수많은 지방 도시는 하룻밤 정도 캠핑하다 오고 싶은, 정 많고 순박한 이웃이 가득한 관광지처럼 보인다. 때로 특정 지역의 ‘낙후’는 ‘낭만’으로 포장되기도 한다.
물론 기획 의도가 나쁜 건 아니다. 이 프로들을 통해 도시생활의 각박함을 잠시나마 잊는 이들도 있을 테고, 일부 농어촌 주민은 자신의 동네가 긍정적으로 그려져 뿌듯함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방송이 지방의 한 단면만을 그리고 있는 건 여전히 아쉽다. 사실 두 개의 프로는 그나마 나은 사례인지도 모른다. 다수의 방송에서 지방은 아예 존재하지 않을 때가 많다. 뉴스부터 예능, 드라마까지 대부분의 프로 속 배경은 전부 서울이다. 지방에서 물난리가 나도 서울 날씨가 좋으면 좋은 거다.(고교 시절 장마 기간에 라디오를 듣다 DJ가 날이 너무 화창하다고 외칠 때 참 서러웠다.)
‘서울 중심주의’를 한 방에 개선할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대중문화 속 지방의 모습이 다양해졌으면 좋겠다. 그런 의미에서 올 추석 뉴스에서는 한복을 입고 낡은 시골집에 당도하는 아들 내외의 모습이 그만 사라졌으면 한다. 그리고 당부하건대, 이번 추석엔 지방으로 가는 동료에게 “시골 가냐”는 질문은 삼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