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대통령-여야대표 3자회담]■ 상처만 남은 3자회담
천막으로 돌아온 김한길 김한길 민주당 대표(오른쪽)가 16일 박근혜 대통령과의 3자회담을 마친 뒤 서울광장 천막당사로 돌아와 편안한 복장으로 갈아입고 당직자들과 이야기하고 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민주당 김한길 대표는 16일 오후 국회 민주당 의원총회에서 3자회담 결과를 소개하며 이렇게 말했다. ‘민주주의의 밤’이라는 말에 청와대와 여당이 얼마나 동의할지는 모르지만 ‘꼬인 정국의 밤’은 오래갈 것이라는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그만큼 주요 현안에 대한 박근혜 대통령과 김 대표의 견해차가 생각보다 넓고 깊다는 점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이날 의총에서 “1시간 반 중 상당 시간을 박 대통령의 사과에 대한 공방을 벌였다”면서 “그러나 (박 대통령은) ‘추석을 앞두고 여야가 합심해서 민생을 위한 정치에 매진하면 좋겠다’는 이야기만을 1시간 반 동안 관통했다고 보면 된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민주주의의 회복을 기대하는 것은 무망(無望)하다”며 “저는 옷 갈아입고 천막으로 가겠다”고 결론지었다. 추석 연휴에도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의 천막당사는 유지되고 김 대표의 노숙투쟁도 계속된다는 뜻이었다. 연휴가 지난 23일이면 지난달 1일부터 시작한 민주당의 장외투쟁은 2005년 12월 박 대통령이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대표였을 때 사학법 개정안에 반대하며 벌인 장외투쟁 일수인 53일을 넘어선다.
민주당은 일단 추석 연휴에 지역 민심을 듣고 23일 오전 10시 국회에서 다시 의총을 열어 앞으로 어떻게 대처할지 논의하기로 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평행선만 그은 회담 결과와 채 총장 사퇴 사태를 거치며 민심이 동요하면 박 대통령의 국정운영 지지도도 떨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렇다면 정기국회 운영에 부담을 갖게 될 정부 여당의 태도에도 변화가 생길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정기국회 파행은 장기화될 것이라는 게 대다수 의원들의 인식이다. 의총 직후 열린 긴급최고위원회의에서는 “전면적인 장외투쟁을 하자”, “국정감사를 보이콧하자” 등 격앙된 의견도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전병헌 원내대표는 “대통령의 불통의 정도가 실망과 무망을 넘어 절망적 수준이라는 사실이 확인됐다는 게 그나마 성과”라고 꼬집었다.
청와대는 “대통령이 진정성 있게 야당의 모든 질문에 성실하게 답하고 오해를 풀기 위해 노력했다”며 민주당이 장외투쟁을 계속하기로 결정한 데 대해서는 “국회를 보이콧한 것은 아니니 좀 더 지켜보자”는 반응이었다.
청와대 관계자는 “대통령이 국회를 찾아가 야당 대표의 이야기를 들어줬다는 것과 대통령은 민생에 전념하고 싶어 한다는 점을 국민들에게 전한 것이 소득”이라며 “어차피 3자회담을 하지 않아도 정국 경색은 풀리기 어려웠기 때문에 더 나빠질 것은 없다”고 말했다.
새누리당은 민주당이 해묵은 정쟁거리를 쏟아 내며 어렵게 성사된 회담을 망쳤다고 성토했다. 유일호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국민이 잘 먹고 잘살도록 무엇을 해야 할지 진심을 담은 제안을 했어야 한다”며 “제1야당의 역할을 망각한 민주당은 사과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민주당 김 대표가 박 대통령의 발언을 여과 없이 그대로 공개한 것에 대해 한 초선의원은 “어 다르고 아 다른데 저렇게 그대로 소개하면 온건파라도 장외로 나가라고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당 핵심관계자는 “지금 국회로 들어오지 않으면 민주당 지지도가 한 자리로 떨어질 수 있다”며 “김 대표의 리더십도 흔들릴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민주당 김관영 대변인은 “제1야당을 국정의 파트너로 인정하지 않은 박 대통령에게 민주당은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서 그 인식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깨우쳐 주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민동용·동정민 기자 mind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