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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가위 보름달처럼 ‘둥근 정치’를 보고싶다

입력 | 2013-09-18 03:00:00

[靑-野 강대강 충돌]
■ 朴대통령-김한길 대표 서로 “국민적 저항” 경고




추석 앞두고 전통시장 방문 박근혜 대통령이 추석 연휴를 하루 앞둔 17일 경기 용인시 처인구에 있는 용인중앙시장을 찾아 송편을 맛보고 있다. 박 대통령은 상인들로부터 추석 민심을 청취하고 우리 농산물을 구매했다. 박 대통령의 왼쪽과 뒤는 용인이 지역구인 새누리당 이우현, 한선교 의원. 청와대사진기자단

박근혜 대통령은 17일 국무회의에서 “이번 추석 연휴는 기간도 길고 태풍 같은 큰 재난이 없어서 다른 때보다는 여유 있고 즐거운 한가위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치권에서는 대통령과 야당의 충돌로 더 불안해진 정치권이 추석 연휴 동안 국민들에게 ‘정신적 재난’을 안겨줬다는 우려가 나온다.

○ 박 대통령, 여론정치 승부수 던졌다?

박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황교안 법무부 장관이 ‘사회지도층에 대한 법집행 공정성 강화 계획’을 보고하자 “법질서를 바로잡기 위해 수고가 많았다. 아주 많은 일을 법무부가 하고 있다”며 힘을 실어줬다. 법무부의 채동욱 검찰총장 감찰 착수에 대해 야당이 강력 반발하고 있는 상황에서 “잘하고 있으니 야당 비판에 개의치 말라”는 뜻을 밝힌 셈이다. 그러면서 민주당을 강하게 몰아붙였다.

여기에는 3자회담을 통해 야당과의 관계 회복이 쉽지 않다고 판단한 박 대통령이 여론을 앞세워 정면 돌파하는 특유의 승부사적 기질이 발동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청와대에서는 당분간 박 대통령이 먼저 타협의 손을 내밀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박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도 “‘국회선진화법’을 극단적으로 활용해서 민생의 발목을 잡아서는 결코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회선진화법에 따라 여당 단독으로 법안 처리를 할 수 없지만 그렇다고 해서 야당에 굴복할 수는 없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이에 따라 박 대통령이 당분간 민생 행보에 치중하면서 ‘마이웨이’를 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전날 3자회담을 마치고 돌아온 박 대통령의 표정은 어두웠다고 한다. 청와대 관계자는 “박 대통령은 당초 민생 의제를 중심으로 한 5자회담을 고집하다가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 최경환 원내대표가 ‘일단 만나야 한다’고 설득해 회담에 나섰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얼굴만 붉히고 끝날 수 있다는 대통령의 우려가 맞아떨어진 것 아니냐”고 말했다.

○ 민주, “급한 쪽은 대통령과 새누리당”

민주당도 대여 투쟁의 강도를 한껏 높였다. 더이상 협상을 통해 얻을 것이 없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원내 관계자는 “당분간 정치적 현안에 대한 여야간 협상과 정치적 타협은 없다”고 못 박았다. 전날 비공개로 진행된 최고위 회의에서는 “원외투쟁에 더 치중해야 한다” “국정감사를 보이콧해야 한다” 등 강경 발언이 쏟아진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은 국회 일정을 논의하는 일에 조바심을 낼 필요가 없다는 태도다. 한 당직자는 “이번 주는 추석 연휴여서 국회 일정을 논의할 수 없다. 또 우리보다 더 급한 쪽은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이라고 말했다. 집권 첫해 성과물을 내기 위해서라도 여권이 각종 법률, 세제, 전월세 대책 등을 논의하자고 다시 손을 내밀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속내가 작용하고 있다.

김 대표 주변에선 이번 3자회담 결과가 민주당의 고질병으로 지목돼온 계파 갈등을 잠재웠다는 평가도 나온다. 강경파 의원들은 3자회담에 응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박 대통령이 어떤 양보도 내놓지 않으면서 계파를 불문하고 ‘대통령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김영환 의원은 “김 대표가 예의를 지키면서 국민의 목소리를 잘 전달했다”고 평가했다. 강경파로 분류되는 박영선 의원은 전날 3자회담에서 박 대통령이 “새누리당과 국정원이 회의록을 유출했다고 박영선 의원이 주장해 국정원장이 의문을 해소하겠다는 차원에서 공개했다”고 한 점을 문제삼았다. 박 의원은 보도자료를 내고 “정상회담 회의록 무단공개라는 어마어마한 일을 할 만큼 제 발언이 위력적이었느냐. 사실과 부합하지 않는 근거로 야당 정치인에게 모든 것을 덮어씌우는 것은 또 하나의 공작정치”라고 비판했다. 박 의원은 6월 17일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제가 알기로는 정상회담 회의록을 처음부터 끝까지 읽어보면 (NLL을 포기한다는) 내용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문제는 중간중간 오해받을 부분만 축약해 만든 보고서를 누군가 청와대에 전달했고, 그것을 새누리당이 누군가의 지시에 의해 공개했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 “대통령이 정치력 발휘해야”

국회 정상화로 나갈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놓친 데 대해 전문가들은 “정치력을 발휘하지 못한 것이 아쉽다”고 지적했다. 특히 국정책임자이자 정치의 ‘맏형’ 격인 대통령이 야당이 국회로 돌아올 수 있도록 명분을 주는 쪽으로 정치력을 발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서울대 강원택 교수(정치학)는 “박 대통령은 ‘원칙’을 강조했지만 정치에서 ‘원칙’이란 ‘일방적인 독주’가 될 수 있다”며 “대통령은 강자(强者)다. 3자회담에서 ‘나와는 상관없지만 국정원 댓글 사건 등은 다시 있어서는 안 된다’는 정도의 유감 표시를 했다면 정국이 풀릴 수 있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동정민·황승택 기자 ditt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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