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는 건 최고의 치유” 먹방에 열광하는 일본
‘고독한 미식가’에서 주인공 이노가시라 고로는 늘 신중하게 한입 먹은 뒤 ‘폭풍 흡입’을 시작한다. “난 사람의 얼굴을 봤을 뿐 시대의 모습은 보 일본 TV도쿄 화면 촬영
일본에선 음식 드라마가 분기마다 나온다. 식당에서 연애하거나 복수하는 이야기만 다루는 한국 음식 드라마와 달리 카메라가 사람이 아닌 음식을 샅샅이 훑는, 말 그대로 음식이 주인공인 드라마다.
이번 분기 시즌3까지 방송된 ‘고독한 미식가’는 먹는 장면만 계속 나오는 ‘먹방의 레전드’급 드라마다. 드라마의 기승전결은 오로지 ‘일한다, 허기를 느낀다, 찾는다, 먹는다, 만족한다’ 이 다섯 단계에만 의존한다. 주인공은 외근을 많이 하는 1인 사업가 이노가시라 고로(마쓰시게 유타카). 그는 거래처와의 업무가 끝나면 늘 “배가 고파졌다”고 외치며 점심 먹을 곳을 찾아 헤맨다.
이번 분기에 방송된 음식 드라마 ‘빵과 수프, 고양이와 함께 하기 좋은 날’도 볼 만하다. 출판사에서 일하던 주인공 아키코는 어머니가 돌아가신 뒤 어머니가 하던 식당을 물려받아 빵과 수프를 파는 작은 식당으로 바꾼다. 음식영화 ‘가모메 식당’의 주인공 고바야시 사토미가 주인공이라 마치 핀란드에 있던 가모메 식당이 일본으로 옮겨온 것 같은 인상을 준다. ‘햄과 치즈 치커리 샌드’ ‘시금치 소테 스크램블 에그 샌드’ 같은 군침 도는 샌드위치를 눈으로 먹을 수 있는 드라마다.
남이 뭘 먹는 모습을 보는 데만 30분에서 1시간을 써 버리다니. 하지만 사람들이 먹방에 열광하는 데는 다 이유가 있는 법. 아직 그 매력을 모르는 이들에게 ‘고독한 미식가’ 오프닝에 등장하는 대사를 읊어 주고 싶다. “누구에게도 방해받지 않으며 신경 쓰지 않고 음식을 먹는다는 포상의 행위. 이 행위야말로 현대인에게 평등하게 주어진 최고의 치유라고 말할 수 있다.”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