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성열 사회부 기자
이 사태를 풀 수 있는 최우선 당사자는 채 총장이다. 채 총장은 보도가 나온 뒤 “의혹이 사실이 아니며, 정정보도 청구 소송을 내는 등 빠른 시일 내 진상 규명을 하겠다”면서 유전자 검사도 불사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사의를 표명한 뒤에는 “둥지를 떠난 새는 말이 없다”는 말만 남긴 채 적극적인 행동을 보이지 않았다. 채 총장이 침묵하는 사이 논란은 증폭됐고 법무부의 감찰 지시가 부당하다며 반발했던 검사들 사이에서도 ‘시간만 끌다가 흐지부지 끝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고개를 들었다.
결국 채 총장은 17일 “소송 준비를 마무리하고 있다. 연휴가 끝난 23일경 조선일보를 상대로 소송을 낼 예정”이라고 변호인 등을 통해 밝혔다. 다소 늦은 감은 있지만 채 총장이 대응 의지를 보인 것에 대해 검찰 조직도 일단 안도하는 눈치다.
검사들은 늘 “사실관계를 규명하려면 사건 당사자들이 조사에 적극 협조해줘야 한다”고 강조한다. 채 총장은 특수통으로 후배 검사들의 존경을 한 몸에 받던 검사다. 논란이 해소되고 이 사태가 해결되기 위해서는 소송 제기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소송은 판결이 나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고, 당사자들이 동의하지 않으면 유전자 검사를 강제할 수도 없다. 빠른 시간 내 논란을 종식하려면 채 총장이 소송과 더불어 반드시 신속한 추가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는 이유다.
따라서 채 총장은 의혹의 당사자인 임모 여인을 설득해 조속히 유전자 검사를 하는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 양측이 동의만 하면 유전자 검사 결과는 길어야 1, 2주면 나온다. 검찰의 한 간부는 “쏟아지는 의혹을 해소하고 검찰 조직을 안정시키기 위해서라도 총장의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총장을 믿는 후배들 역시 그걸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국민들 역시 그 무엇보다 ‘진실’이 조속히 밝혀지길 원하고 있다.
혼외 자녀 의혹의 진실 규명과 더불어 반드시 진상 규명이 필요한 사안이 또 있다. 청와대 민정수석실 등이 채 총장의 혼외 자녀 의혹을 조사하면서 과연 적법한 절차와 과정을 밟았는지에 대한 것이다. 청와대 등이 채 총장을 ‘찍어내기 위해’ 혼외 아들 의혹을 받고 있는 아이와 어머니 임 씨 등의 개인 정보를 불법적으로 획득했다는 논란은 이미 의혹 차원을 넘어 반드시 진위를 밝혀야 할 이슈가 됐다.
청와대 이정현 대통령홍보수석은 16일 “학교 등 관계기관에 자료 제출을 요구해 응하면 자료를 확보하거나 열람했고, 이를 거부하면 전혀 확인을 못했다”고 해명했지만 그동안 검찰 관계자 등에 따르면 이미 청와대가 언론 보도 이전에 그 같은 정보를 확보하고 있었을 것이라는 정황이 다수 확인되고 있다.
베네딕토 16세 전 교황은 지난해 4월 7일 바티칸 성베드로 대성당에서 열린 부활절 전야 미사에서 “사랑은 증오보다 강하며 진실은 거짓보다 강하다”고 했다. 교황이 세계인들에게 강조했던 평범한 진리를 이제 채 총장과 검찰, 그리고 청와대와 법무부가 함께 증명해야 할 차례다. 바로 그것이 국민이 그들에게 위임한 권한이자 책무이기 때문이다.
유성열 사회부 기자 ry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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